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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산업은 반도체 검사장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미래산업을 인수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공작기계업체로 CNC자동선반을 제작해 판매합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이하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드라마나 영화, 광고, 방송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매니지먼트 회사입니다. 회사 간에 사업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렵죠.


공통점은 사주에게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래산업의 실질 사주는 쌍방울그룹의 김성태 회장이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와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사주는 온성준, 온영두씨로 두 사람은 형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성태 회장과 온성준씨는 무자본 인수합병(M&A)로 기업을 사고 팔며 이익을 취하는 기업사냥꾼으로 시장에 알려져 있습니다. 김성태 회장과 마찬가지로 온성준씨를 거쳐간 상장사는 상당히 많고 그중에는 상장폐지의 길을 걷거나 부실화된 기업이 여럿입니다. 거의 예외 없이 잦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발행 주식 수가 크게 늘고, 그렇게 조달한 자금은 다른 회사의 지분이나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데 쓰였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다른 기업사냥꾼들과 사업과 투자에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김성태 회장과 온성준씨도 그렇습니다. 김성태 회장의 쌍방울은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미래산업 인수에 동원된 이브이첨단소재의 지분 1.1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전 사명은 ㈜넥스턴입니다. 2021년 3월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인수한 후 상호에 '바이오'를 넣었습니다.  공작기계업을 접고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상호변경 직후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신기술금융회사 넥스아이디랩과 바이오벤처회사 넥스턴바이오를 100% 자회사로 신규 설립했습니다. 각각 100억원씩을 출자했죠.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인수할 당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총자산 1018억원의 절반이 넘는 590억원이 현금과 금융상품 등의 유동성이었습니다. 부채는 30억원 정도에 불과해 재무구조가 양호했습니다. 팔리기 직전인 2020년에 적자를 내기는 했지만 그 전에는 50~60억원의 이익을 매년 내던 회사였습니다.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이 회사는 내실보다는 외형 확대에 집중한 듯 보입니다. 전환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이 잦아지고, 조달한 자금은 타법인의 주식이나 전환사채를 사들이는 데 쓰였습니다. 회사에 있던 현금은 바이오 진출하는데 쓰더니, 해가 바뀌기도 전에 전환사채를 무려 4번이나 발행해 380억원을 조달 (1회차 150억원, 2회차 70억원, 3회차 60억원, 4회차 100억원)헸죠. 그리고 조달액보다 더 많은 430억원을 어떤 회사의 전환사채와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합니다. 신설한 바이오벤처 투자사 넥스아이디랩에도 1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합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뒤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과 사내 보유 현금까지 더해 다른 회사에 투자하거나 바이오사업 진출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셈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주식과 전환사채를 인수한 회사는 다름 아닌 이브이첨단소재입니다. 미래산업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계열사이죠. 그런데 이브이첨단소재는 '액트'라는 사명을 쓰던 인쇄회로기판(FPCB) 회사였습니다. 액트는 2019년 10월 세미콘라이트라는 LED회사에 인수되는데, 세미콘라이트는 바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최대주주입니다. 그러니까 세미콘라이트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를 이용해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액트(현 이브이첨단소재)의 지분을 팔아넘긴 셈입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넥스턴을 인수해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로 상호변경을 할 때, 세미콘라이트는 에스엘바이오닉스로 상호를 바꾸었다가 올해 3월 다시 에스엘에너지로 다시 한번 상호변경을 했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지난 2020년 12월에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퓨전에서 ㈜에스엘홀딩스컴퍼니로 변경되었는데, 에스엘홀딩스컴퍼니는 인수자금을 퓨전, 에스엔케이글로벌, 퓨전홀딩스 3사에서 차입했죠. 그런데 이 회사들은 전부 온성준씨가 사실상 주인인 회사들이었고, 에스엘홀딩스컴퍼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거래가 있은 후인 2021년 6월에 퓨전은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되었습니다. 상폐를 앞두고 에스엘에너지를 같은 주인의 다른 회사에 넘긴 셈입니다. 에스엘홀딩스컴퍼니가 새 최대주주가 될 시점에 에스엘에너지가 인수한 회사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입니다. 그리고 에스엘홀딩스컴퍼니의 대주주가 바로 온성준씨의 동생으로 알려진 온영두씨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온성준씨에게 인수되고 2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회사는 아주 많이 바뀌었습니다. 잦은 전환사채 발행으로 2021년 이후 순차입이 826억원에 달하는데, 올해 3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금융상품은 151억원으로 2년 전의 4분의 1로 줄었고, 무차입회사에서 7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지고 있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전환사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설비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토지와 건물 등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을 매각했죠. 그리고 이브이첨단소재를 포함해 타회사 지분 등을 매입하는데 500억원 가까이를 썼습니다. 매출은 줄었고 3년 연속 적자기업이 되었습니다. 야심차게 진출한 바이오사업에서도 큰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이브이첨단소재, 에스엘에너지 등 다른 회사들도 부실합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지난해 적자 누적으로 대규모 결손기업이고, 이브이첨단소재도 올해 1분기에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무려 7년째 적자행진을 하고 있고 올 들어서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에스엘에너지 최대주주인 에스엘홀딩스가 보유 지분의 공개매각을 선언한 것입니다. 에스엘에너지를 매각하면,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이브이첨단소재까지 덩달아 팔리게 됩니다. 시점이 참 절묘합니다. 쌍방울그룹에게서 미래산업을 인수하기로 계약한 게 지난 5월말인데, 온성준씨는 한달 뒤 에스엘에너지 매각을 결정한 것입니다.


공개매각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에스엘홀딩스컴퍼니는 매각조건으로 에스엘에너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새로운 자본이 유입돼 재무구조가 개선되어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에스엘에너지는 지난해부터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 지정이 우려되었고, 불성실공시 로 벌점이 쌓여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되었습니다. 주권매매도 정지되었습니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4월 한 차례 열렸고 지난 5월 속개되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매출감소와 영업적자누적을 이유로 주력사업인 LED 제조사업을 중단하고, 지난해 100% 지분을 인수한 ㈜우성인더스트리의 에너지사업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성인더스트리를 매각한 ㈜우성코퍼레이션은 온성준씨와 사업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손오동이라는 사람이 실질 경영하는 회사입니다. 우성코퍼레이션은 에스엘에너지에게 우성인더스트리를 매각하고 받은 대금 중 157억원을 온성준씨에게 대여했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우성인더스트리를 35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현금 280억원과 자기전환사채 70억원으로 대금을 지급했죠. 인수대금을 치르기 위해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지분을 담보로 잡히고 상상인저축은행에서 120억원을 차입했고요. 온성준씨는 자신과 경제공동체인 손오동씨의 우성코퍼레이션의 자회사를 에스엘에너지가 인수하게 하고, 에스엘에너지가 빚을 내 마련한 인수대금 중 157억원을 가져간 셈입니다.


 에스엘에너지가 매각이 되면 미래산업의 새 주인도 다시 바뀌게 됩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말이죠. 그런데 에스엘에너지가 매각되지 않아도 주인이 또 바뀔 수도 있습니다. 에스엘에너지가 우성인더스트리를 인수하기 위해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맡긴 스튜디오산타클로스 지분의 담보권이 실행되고, 미래산업은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상상인저축은행 수중에 들어가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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