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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에서 미래산업을 인수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주주로부터 만기전 취득해 보유 중이던 제1,2,3,4회차 전환사채를 최대주주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등에 매각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7월(4회차)과 10월(1,2,3회차) 취득한 총 179억9000만원(권면액 기준) 중 3억5000만원어치를 뺀 나머지를 재매각하기로 계약한 건 올해 1월이었죠. 4회차 매각은 완료되었지만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매입하기로 한 1~3회차 전환사채는 결제일이 당초 7월에서 이달 10일로, 다시 다음달로 연기되었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4월(1~3회차 280억원)과 11월(100억원) 전환사채를 집중적으로 발행했는데요. 발행당시 1회차 150억원은 유진투자증권(125억원) 외 3인이, 2회차와 3회차 130억원은 저축은행 2곳이, 4회차 100억원은 에스엘에너지가 인수했습니다.


전환사채는 스튜디오산타클로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얼마 후 발행됐습니다. 3월에 최대주주가 바뀌고 CNC자동선반을 만들던 ㈜넥스턴의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겠다며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바이오산업 진출을 선언했고, 이후 전환사채를 대거 발행해 자금을 끌어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바이오벤처회사를 발굴 및 평가하는 자회사 넥스아이디랩을 10억원에 설립하고, 바이오의약품업체로 자회사 넥스턴바이오를 역시 10억원에 신설합니다. 또 메리디안홀딩스로부터 이브이첨단소재 지분 8.83%를 130억원에 양수하면서 에스엘에너지(당시 에스엘바이오닉스)를 제치고 이브이첨단소재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이브이첨단소재의 경영권 지분은 매우 복잡하게 이동하는데요. 대부업체였던 낙산홀딩스가 2017년에 구주매입으로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2019년에 사내이사 최원석 외 8인이 보유주식을 세미콘라이트(현 에스엘에너지)에 약 126억원에 매각했죠. 에스엘에너지는 이브이첨단소재(당시 액트)를 인수하면서 65억원을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담보차입했습니다.


에스엘에너지는 경영진 등의 보유주식을 매입한 것 외에도 139억원을 투입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를 인수하는데요. 그후 불과 6개월만에 경영진 등에게서 매입한 구주를 매물로 내놓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좀 특이했습니다.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메리디안홀딩스라는 곳에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구주를 단순투자 목적의 제3자들에게 매각한 겁니다.


에스엘에너지에 이어 이브이첨단소재 경영권을 갖게 된 메리디안홀딩스는 자본금 2500만원짜리 회사였습니다. 메리디안홀딩스는 2020년 7월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만 정확히 1년 후인 2021년 7월 그 지분을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에 매각하게 되죠. 지분을 매각할 때 메리디안홀딩스 자본금은 3억5000만원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브이첨단소재를 인수한 자금은 대부분 차입금으로 조달된 무자본 M&A였던 셈이죠.


에스엘에너지는 경영진에서 사들인 구주를 매각한 후에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한 신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이후 장내와 장외에서 순차적으로 지분을 매각했죠. 하지만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이브이첨단소재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때에도 4.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에스엘에너지가 이브이첨단소재 지분을 확보하는 데 들어간 돈은 약 265억원이었고, 구주 매각을 통해 대략 133억원, 이후 장내외 매도를 통해 132억원을 회수합니다. 4.91%의 지분을 제외하고 말이죠. 지분 매각으로 상상인저축은행 등에서 빌린 차입금을 성공적으로 상환할 수 있었구요.



메리디안홀딩스는 100억원에 취득한 유상신주를 정확히 1년 후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에 130억원에 넘겨 30%의 투자수익을 얻었습니다. 사실 에스엘에너지→메리디안홀딩스→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로의 최대주주 변경은 무의미했습니다. 셋이 한통속이었으니까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메리디안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현금을 33억원밖에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인수대금은 메리디안홀딩스에게 빌려준 차입금 97억원과 상계했죠. 메리디안홀딩스가 이브이첨단소재를 인수한 재원 중 차입금이 95억원이었는데, 여기에 이자가 붙어 97억원이 되었던 것입니다.


메리디안홀딩스는 이브이첨단소재 인수 당시 앤디포스, 인콘, 골드퍼시픽에서 95억원을 차입했는데,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95억원을 메리디안홀딩스에 대여해 기존 차입금을 상환하게 했던 것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어스의 최대주주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이고,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최대주주가 에스엘에너지였으니 사실상 최대주주 변경은 없었던 셈이죠.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메리디안홀딩스에서 이브이첨단소재 지분을 인수하기 전에 이브이첨단소재가 발행한 6회차와 7회차 전환사채를 각각 150억원씩, 300억원을 들여 인수합니다. 2021년 5월과 7월에 이루어진 거래입니다. 메리디안홀딩스 보유지분 매입에 들어간 130억원을 포함하면 이브이첨단소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430억원이 투입된 셈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1~4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380억원 대부분이 이브이첨단소재 인수에 사용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이브이첨단소재에 430억원 전부를 순수히 투자한 것은 아닙니다. 6회차전환사채가 발행 후 1년이 지나 전환청구기간을 앞둔 시점에 전액 양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죠. 양수자는 실질 투자자를 알기 어려운 투자조합 2곳(행복파트너2호조합, 아시아미래투자 제2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까지 끝내야 할 전환사채 양수도 거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실제 양도된 건 지난해 10월 63억원, 올해 4월 50억원 등 113억원어치였습니다. 나머지 6회차 전환사채와 7회차 전환사채 전액은 주식으로 전환되어 이브이첨단소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데 쓰였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1~4회차 전환사채 중 4회차 100억원을 최초 인수했던 에스엘에너지는 그줄 절반을 풋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 받았고, 나머지 50억원은 주식으로 전환한 뒤 올해 상반기에 전량 처분했습니다. 나머지 50억원은 지난 5월 아시아어드바이저와 로보틱컨소시엄 두 곳에 각각 25억원씩 팔렸는데,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었죠.


1~3회차 전환사채 중 지난 6월말 현재 미상환액은 1회차 42억4000만원, 2회차 49억원, 3회차 42억원이었는데, 이것이 올해 1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 재매각하기로 한 전환사채의 대부분입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전환사채를 재매각하는 까닭은 당연히 현금유동성 확보일 것입니다. 올해 들어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는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죠. 1~4회차 전환사채 매각이 완료되면 184억원의 현금이 들어옵니다. 회사는 그 외에도 5회차(70억원)와 6회차(80억원) 전환사채를 잇따라 발행했고 10억원 규모의 소액 유상증자도 실시했습니다. 또 이브이첨단소재 주식 중 일부(300만주)를 매각해 233억원을 손에 쥐었고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이브이첨단소재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매각해 확보한 현금은 이미 350억원에 달합니다. 그러고도 17.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넉달동안 이브이첨단소재 주가가 반토막이 났지만 16일 현재 시장가격으로만 따져도 380억원을 호가합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확보한 유동성이 미래산업 보통주(245억원)와 전환사채(100억원)를 인수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은 물론입니다. 그 외에도 자회사 넥스턴바이오에 60억원을 증자했고 신기술투자조합에 출자해 차헬스케어 전환우선주를 120억원어치 매입했습니다.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1~3회차 전환사채의 매각 상대로 스튜디오산타클로스로 삼았으니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높아질 게 뻔하죠.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전환사채 매입 후 1주일 이내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매입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4월 5대1 주식병합을 실시한 후 스튜디오산타클로스가 보유한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은 약 90만주이고 지분율로는 9.72%에 해당합니다. 다음달 전환사채 매매가 완료되고 주식으로 전환되면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약 128만주를 추가로 확보하게 됩니다. 보통주 지분율은 20.7%로 크게 올라가게 되죠.


1~3회차 전환사채 매각은 현재 법적 분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헤븐과 ㈜맘스아일랜드가 전환사채매각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죠. 이들은 지난 6월과 7월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가 발행한 5회차와 6회차 전환사채 발행과, 1~3회차 전환사채 매각이 주가조작 및 배임 횡령 등을 통해 부정한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거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헤븐은 넥스턴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에도 상장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분쟁 중인데요. 헤븐이 상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식은 지난달에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6회차(80억원)와 9회차(42억원) 전환사채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2440만주에 달합니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대표이사인 배준오씨가 설립한 리치몬드홀딩스가 이달말 56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6회차와 9회차 전환사채의 전환으로 발행되는 주식은, 리치몬드홀딩스가 인수하게 되는 신주 1120만주보다 두배 이상 많습니다. 전환사채의 소재에 따라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전환사채로 발행된 신주가 실제로 경영권이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총 122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는 3개의 투자조합과 3명의 개인 등 6인에게 분산 매각되는데, 통상적으로 이렇게 분산 재매각된 전환사채는 다시 조합원들에게 분배되고 주식전환 후 곧바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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