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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율호의 최대주주가 지난달 변경되었습니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벌써 4번째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포항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이 회사의 첫 이름은 아로마소프트였습니다. LG소프트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합류하고 LG전자의 협력업체가 되면서 2007년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상장 첫해 59억원이던 매출이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적자를 내기 일쑤였고 부분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2013년 중견그룹인 유도그룹이 이현진 대표이사의 지분 중 12.27%를 사들이며 공동경영을 선언,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가 싶었습니다. 유도그룹과 손을 잡은 후 매출액 400억원 규모의 컴퓨터 및 주변기기 도매업체 네오디안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연결기준 매출액이 2014년 425억원을 기록하죠. 하지만 이때 모회사인 아로마소프트의 매출은 상장 이후 최악이었습니다.


2015년 아로마소프트는 네오디안테크놀로지의 잔여지분을 모두 사들인 뒤 흡수합병하고 상호도 네오디안테크놀로지로 바꿉니다. 그런데 네오디안테크놀로지와 합병절차가 다 끝나기도 전에 2대주주 유도그룹이 대부분 지분을 장내 매도하고 떠납니다. 유도그룹은 처음 지분매입을 할 때보다 40% 정도 높은 가격에 팔았습니다.



합병 효과는 기대이하였습니다. 합병 후 아로마소프트가 영위하던 소프트웨어개발 부문은 존재감을 거의 상실했고 컴퓨터주변기기판매부문 매출이 한때 600억원을 넘었지만 이익은 거의 나지 않았고 2017년에는 경영권 분쟁 등 내분에 휩싸이며 대규모 적자에 빠졌습니다.


실적 부진에 대한 경영진 교체 요구가 잇따르자, 2017년말 최대주주인 이현진씨가 대표집행위원직을 사임하고, 배우자인 정현수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진을 이끌게 되는데요. 이 대표는 꼼수 사임이라는 구설에 휩싸입니다. 사실 사임요구를 받았던 건 IT관련 경력이 없던 정현수 대표였는데, 이 대표가 대신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34억원이라는 거액의 퇴직금을 챙겼고, 이사회 의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죠.


성난 주주들은 2018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을 부결시킵니다. 그러자 회사는 임원들이 대거 참여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이현진씨측 지분율을 늘리지만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이사와 감사 선임에 실패하고 주주제안 후보로 나온 감사가 선임됩니다.


회사는 다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추천 감사의 선임을 노리는데요. 경영진은 물론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신임 감사도 믿지 못하겠다며 다른 주주들이 다시 표대결에 나서죠. 주주총회 결과 이사회가 내세운 후보, 주주들이 내세운 후보 모두 감사선임에 실패하고 양측의 이사 및 감사의 보수한도 축소안도 모두 부결됩니다.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2018년 8월 이현진 최대주주는 160억원에 자신의 지분 전부를 제이에스앤파트너스 외 4인으로 양도합니다. 제이에스앤파트너스는 현지웅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지만, 그 뒤에는 대양금속의 실소유주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공현철씨가 있었습니다. 대양홀딩스컴퍼니 최대주주 이옥순씨의 아들이죠.


이 당시 이옥순씨 일가는 자신들의 회사인 해동파트너스를 통해 이미 태양광 모듈용 백시트 전문기업 에스에프씨를 장악한 이후였습니다. 해동파트너스는 공현철씨 누나 공지윤씨가 대표로 있었고, 공현철씨는 에스에프씨 사내이사였습니다. 해동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된 후 에스에프씨는 미국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에이비타의 전환상환우선주를 인수하면서 바이오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었고 제이에스앤파트너스의 현지웅씨는 에스에프씨에서 바이오사업을 총괄하는 부사장이었습니다.



제이에스앤파트너스가 경영권을 확보한 후 현지웅씨와 이옥선, 공선필 모자 그리고 오영철 에스에프씨 전무 등으로 네오디안테크놀로지의 경영진이 구성되고 인공지능 바이오메디컬 양자컴퓨터 엔터테인먼트 등 기존사업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신사업들이 추가됩니다.


새로운 경영진이 처음 한 일은 에스에프씨의 바이오사업을 위해 자금을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에스에프씨가 에이비타의 임상 비용을 위해 2018년 11월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해동파트너스(20억원), 돕스팟(60억원)과 함께 네오디안테크놀로지가 나머지 2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하죠. 돕스팟은 2017년 12월에 설립된 회사였는데, 이곳의 대표인 이민혁씨는 에스에프씨의 직전 최대주주 ㈜태가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엔씨파트너스의 대표였고, 지엔씨파트너스 역시 공현철씨의 통제하에 있었습니다.


제이에스앤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된 직후 네오디안테크놀로지는 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했는데, 이때 신주를 인수한 곳이 지엔씨테크놀로지였습니다. 또 에스에프씨가 발행한 100억원의 전환사채는 당초 제이에스앤파트너스와 지엔씨파트너스가 각각 50억원씩 인수할 계획이었다가, 지엔씨파트너스가 전액 인수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는데, 인수자가 다시 돕스팟으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네오디안테크놀로지와 해동파트너스가 각각 20억원씩 인수에 참여하게 되었죠.


하지만 에스에프씨는 해동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된 첫해의 재무제표가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게 되죠.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회사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를 제출받지 못해 감사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고, 대여금과 미수금에 대해 회수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었으며, 회사가 제시한 특수관계자 및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정확하고 타당한지를 검증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지배구조와 재무제표 모두 불투명했다는 겁니다.


네오디안테크놀로지도 경영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이현진 전 대표와 날을 세웠던 주주 등이 최대주주가 제이에스앤파트너스로 바뀐 뒤에도 끊임없이 소송을 제기하고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에 반대하며 새 경영진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때 제이에스앤파트너스가 꺼낸 카드는 ㈜태영이엔지라는 곳으로 경영권 지분 매각이었습니다. 태영이엔지는 114억원에 경영권 지분을 양수하는데, 제이에스앤파트너스가 상상인저축은행에서 차입한 24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승계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제이에스앤파트너스는 자본금이 2억원에 불과했지만 그나마 전액 잠식된 회사였고 회사에 남은 건 60억원 규모의 부채뿐이었죠.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태영이엔지도 자체 자금으로 100억원 이상의 인수자금을 부담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2018년 결산 기준으로 자산총계가 48억원에 불과했던 곳이니까요.


태영이엔지는 네오디안테크놀로지의 상호를 율호로 바꾸고 2차전지 사업을 신사업으로 채택합니다. 경영진도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집니다. 금호리조트 대표이사 출신의 박상배씨가 CEO가 되고 태영이엔지 대표이자 최대주주(70%)인 박정희씨, 호남대 교수 출신의 이정남씨가 사내이사가 되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외이사 한 자리는 공현철씨의 모친인 이옥순씨가 맡습니다. 새로운 경영진은 2차전지 사업을 신사업으로 채택합니다.


2차전지 신사업은 말뿐이었습니다. 태영이엔지 통치기간의 율호는 2차전지 관련 매출이 발생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된 직접투자나 지분투자 역시 이루어진 적이 없습니다. 율호의 첫 투자는 가방사업과 여성패션 의류사업을 하는 더스텔라 인수였습니다. 연매출 13억원짜리 회사의 지분 약 64%를 70억원에 삽니다. 더스텔라는 MINIMUM(미니멈)이라는 브랜드로 의류를 제조하고 있었고, 의류사업부문은 물적분할돼 미니멈이라는 자회사가 되었죠. 율호-더스텔라-미니멈의 지배구조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태영이엔지는 율호의 경영권을 틀어쥔 이듬해인 2020년 4~5월 대대적인 자금조달에 나섭니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10억원의 소액 유상증자와 더불어 2.3.4회차 전환사채 동시발행으로 400억원을 조달하려 했죠.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자금조달 시도였고, 대부분 자금을 신사업을 위한 M&A에 쓸 계획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질 최대주주인 박정희씨가 30억원을 추가 출자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죠.


전환사채 발행은 수 차례의 계획 변경을 거치는 난항 끝에 2회차 100억원, 3회차 50억원, 4회차 50억원 등 총 200억원에 그칩니다. 최대주주 등을 향한 30억원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는 해를 넘겨 2021년 4월에야 마무리됩니다.


2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대금이 입금된 건 2020년 11월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율호는 발행 후 약 20일 정도 지난 전환사채 200억원 중 150억2000만원을 다시 사들입니다. 투자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발행대금 입금이 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죠. 하여간 정상적인 흐름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가 율호와 관계를 맺은 게 이때 즈음입니다. 전환사채를 다시 사들인 율호는 두달후 재매각을 추진하는데요. 그 상대방이 다름아니라 이호준씨 회사 그로우스앤밸류였습니다. 이호준씨가 그해 1월 그로우스앤밸류13호 투자조합을 통해 CBI 최대주주가 된 지 딱 한달만의 일이었죠.


그런데 사실 그로우스앤밸류의 CBI 인수에는 율호의 자금지원도 한몫 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13호 투자조합은 141억원의 자금으로 조성되었는데, 티디에이엠, 닛시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율호(이상 각 약 20억원씩 출자)가 최대 출자자 3인 중 하나였죠. 양사의 최대주주들이 언제부터 교감을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CBI와 율호가 한배를 타게 된 건 이때부터였을 겁니다.


그로우스앤밸류의 율호 전환사채 매입은 불발로 끝납니다. 그로우스앤밸류는 그로우스앤밸류15호 투자조합을 통해 전환사채 매입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잔금 지급일까지 자금조성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양측은 잔금 납입을 위해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계약은 해지되었습니다. 율호는 계약금을 군말없이 돌려줍니다.


그로우스앤밸류는 결국 2021년 9~10월 율호의 전환사채 인수에 성공합니다. 이때 동원된 것이 지브이비티2호조합과 CBI로 각각 100억원과 50억원으로 율호의 전환사채를 인수합니다. 120억원으로 조성된 지브이비티2호의 최대 출자자는 40억원(33.28%)을 투자한 CBI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CBI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65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했습니다. 일부는 그로우스앤밸류가 인수했지만 대부분인 45억원을 인수해 간 곳은 지브이비티1호조합이었고, 지브이비티1호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바로 20억원을 투입한 율호의 손자회사 미니멈이었습니다.



그로우스앤밸류가 1차 율호 전환사채 인수에 실패한 데는 미국 신약개발회사 키네타(KINETA) 투자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CBI가 키네타에 처음 투자(1000만 달러)한 게 2021년 5월이예요. 율호 전환사채 인수대금 결제 예정일 직후였습니다. 자체 자금능력이 부족했던 그로우스앤밸류로서는 거액의 자금조달을 동시에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겁니다.


CBI와 지브이비티2호조합에 전환사채를 재매각해 15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율호는 곧바로 지체없이 키네타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6억원을 투입하고 곧이어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 제네톡스의 사모 전환사채 투입에 50억원을 씁니다. 제네톡스는 그 중 10억원을 키네타에 투자하고요. 지난해 3월 이루어진 대한그린에너지 전환사채 50억원 인수도 전환사채 재매각 잔여 자금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지브이비티2호 조합은 인수한 율호 전환사채를 전액 매각했고, 여러 투자조합과 투자자들이 이 전환사채의 새 주인이 되어 주식 전환했는데 대부분 장내매도로 처분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브이비티2호 최대 출자자는 CBI였고 CBI 스스로도 5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했지만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된 후에도 율호의 최대주주는 태영이엔지로 변화가 없었죠. 다만 대량의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2%대로 크게 낮아져 사실상 최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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