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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들은 OCI홀딩스의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크게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상당 수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기주식 소각과 배당 확대 방침을 밝히는 분위기인데다, OCI홀딩스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OCI홀딩스는 PBR이 0.49배(2023년 9월말 순자산 기준)에 머물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죠.


OCI홀딩스는 2023년 결산 현금배당액을 총 646억원, 주당 배당액 330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자기주식 약 29만주(1.26%)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죠. 2024~2026년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는 지주사의 투자기능,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자본배분을 바탕으로 현금 및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OCI홀딩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30% 수준에서 배당규모를 집행하되, 지주시가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가 생기면 배당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OCI홀딩스의 배당수준과 향후 배당정책은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회사의 투자 및 경영계획에 따라 배당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불확실성마저 높았습니다. 기존 자기주식의 소각은 사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주주환원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했다가 재매각하는 것이 주주환원의 철회인 것이죠. 향후 자기주식 매입 계획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만 했지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분할 전후 OCI홀딩스가 주주환원정책의 확대를 강조해 왔다고 했는데, 그럼 분할 전후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분할 전 OCI는 해당 연도 별도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의 배당 방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OCI홀딩스는 잉여현금흐름의 30%로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보통 잉여현금흐름이라고 하면, 회사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경상적인 자본적지출을 차감하고 남는 현금을 말합니다만, 구해내는 방법이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OCI홀딩스는 영업이익에서 투자활동에 사용한 현금흐름을 제외한 금액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OCI홀딩스가 책정한 646억원의 현금배당은 분할 전 OCI가 지급했던 589억원에서 9.7% 증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배당정책이 구조적으로 변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한미사이언스 인수를 위해 10% 수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주주들은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하니 주주환원의 절대값은 더 낮아지겠죠. 키움증 권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일부 자회가 중간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OCI홀딩스는 코스피 고배당 50개주 평균 6.29% 보다 낮은 3.09%라고 하네요.


배당의 책정 기준을 당기순이익에서 잉여현금흐름으로 바꾼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요? 배당을 늘리는 방향이 될지 줄이는 방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회사의 투자정책에 따라 배당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겁니다. 발생주의 회계에서 나오는 당기순이익은 어느 정도 예측가능성이 있지만, 투자활동으로 어느 정도의 현금이 지출될 지는 그야말로 회사 마음일 테니까요.  어쩌면 OCI홀딩스는 좀 더 높은 배당액을 계획했다가 한미사이언스 인수를 계기로 급하게 수정을 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투자자들에게 한 약속이 있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를 리 없는데, 더구나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비추어 대표적인 저 PBR 종목에 해당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배당계획을 밝힌 것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과거 주주환원 수준을 최대한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OCI홀딩스(분할 전 OCI)는 2020년과 2021년을 배당을 건너 뛰고 2022년 3년만에 재개했습니다. 2019년~2022년 결산배당 총액은 1269억원입니다. 자기주식 순매입은 지난해 9월까지 총 518억원이었습니다. 총 1787억원에 달하는 주주환원 금액은 2018년~2022년 OCI홀딩스가 올린 영업이익 3322억원의 53.8% 입니다.


그런데 2018년~2022년 OCI는 자본적 순지출로 3903억원을 썼습니다. 영업이익보다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가능했던 것은 같은 기간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영업활동 현금흐름)이 95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죠. 배당은 현금으로 하는 것이지, 이익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OCI홀딩스가 5년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자본적 지출을 차감하고 남은 건 5597억원입니다. 현금배당과 자기주식매입을 하고도 3000억원 이상이 남았습니다. OCI홀딩스가 지난 5년간 4000억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한미사이언스는 2018년~2022년 5년간 5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습니다. 지난해까지 5년간 지급한 현금배당은 645억원이고 자기주식 순매입 29억원을 더한 주주환원 금액은 674억원으로 영업이익을 크게 추월합니다.


한미사이언스의 5년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영업이익보다 적은 410억원이었습니다. 벌어들인 현금보다 더 많은 배당을 한 셈입니다. 같은 기간 자본적 지출에도 117억원을 썼습니다. 그래서 차입금이 445억원 증가했습니다. 어찌 보면 능력 이상의 주주환원을 해 온 셈입니다.


한미사이언스의 과거 실적에 OCI홀딩스의 새로운 배당정책 기준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2018년~2022년 영업이익 총액 530억원에서 같은 기간 자본적지출 117억원을 차감하면 413억원이고, 이 중 30%를 배당한다면 약 124억원이 나옵니다.


두 지주사의 주주환원 수준을 평면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OCI홀딩스는 지난해까지 OCI를 품고 있었습니다. 자본적 지출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었습니다. 한미사이언스의 오너일가 지분율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 재단을 빼도 48.73%에 이릅니다. 또 대부분의 지분이 오너일가 대출의 담보로 잡혀 있습니다. 일반 주주를 위한 주주환원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능력 이상의 배당을 해 온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 사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주의 시각으로 보면 두 지주사의 주주환원 수준은 상당한 격차를 보입니다. 그룹 통합 이후 배당정책의 통합도 이루어질 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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