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퀀타피아에 투자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비상장회사들이 있습니다. 현 최대주주 샌드크래프트에 지분을 매각한 봄코리아와 아이솔루션즈, 그리고 봄코리아의 관계회사 루이콤입니다. 모두 봄코리아 박상돈 회장의 지배하에 있는 기업이죠. 박상돈 회장과 그의 회사들은 2018년 3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 등으로 퀀타피아(당시 일경산업개발)의 경영권을 획득했습니다.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는 박상돈 회장이 23억원, 봄코리아와 루이콤이 각각 15억원씩, 아이솔루션즈가 5억원을 투입했고, 봄코리아의 대표인 김호일씨, 루이콤의 대표인 김성환씨도 손을 보탰습니다. 30억원짜리로 발행된 전환사채(16회차)는 봄코리아가 홀로 인수했습니다. 박상돈 회장 등의 인수자금은 총 90억원에 달했습니다.



당시는 퀀타피아의 원래 주인인 김형일 회장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 자리를 되찾은 지 불과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대표이사도 김형일 회장이었습니다. 회사는 위기에 봉착해 있었습니다. 직전해인 2017년 퀀타피아의 매출은 30억원을 크게 밑도는 16억원에 그쳐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되었고, 3년 연속 세전 순손실을 이어간데다 자본금은 거의 대부분 잠식된 상황이었습니다. 상장폐지까지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었죠. 김형일 회장은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더라도 상장유지를 위한 구원투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퀀타피아는 그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죠. 2015년 2월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연이어 실시했을 때의 일입니다. 첫 번째인 16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는 이민섭씨와 그의 가족이 참여해 최대주주가 되었죠. 하지만 김형일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했습니다. 이민섭씨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신주를 인수했고, 실제로 약 1년 후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김형일 회장은 최대주주가 아니었지만, 대표이사이면서 사실상의 지배주주였습니다.


연이어 실시된 1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는 엔케이홀딩스와 최우진이라는 분이 참여했습니다. 엔케이홀딩스는 2013년 상장폐지된 지아이바이오(전 넥스트코드)의 최대주주인 회사였습니다. 지아이바이오는 미주제강이 상장폐지 되기 전인 2011년까지 최대주주였던 회사였고요. 미주제강에서 분할된 회사가 미주레일, 퀀타피아의 전신이죠. 지아이바이오와 최우진씨는 김형일 회장의 추천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케이스입니다. 이민섭씨나 지아이바이오는 김형일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김형일 회장이 경영권을 놓게 된 건 고상희씨가 이끄는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로 등장한 2016년이었습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도 김형일 회장이 이끄는 이사회가 신주를 인수할 제3자로 선정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신주인수에는 25억원을 투입해 6.85%의 지분율을 확보했고, 이미 5억원가량의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도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벨에어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하기 전 퀀타피아는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결정하고, 유상증자가 이루어진 후 열린 주주총회에서 벨에어인베스트먼트 상무이사인 문지훈씨를 포함한 새로운 이사 4인이 선임됩니다.(이재근 김수한)


또한 벨에어인베스트먼트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직후 퀀타피아는 이지모바일이라는 비상장 알뜰폰 회사를 완전 자회사로 만드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결정합니다. 퀀타피아는 주식의 포괄적 거래 승인을 얻기 위해 또 다시 주주총회를 여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죠.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을 통한 이지모바일 인수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었습니다. 김형일 회장이 노린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민섭씨, 지아이바이오와 최우진씨, 벨에어인베스먼트를 대상으로 한 신주발행은 특별결의를 위한 지분율 확보는 물론 이지모바일과의 주식교환 비율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퀀타피아와 이지모바일이 주식교환 계약서에 서명한 날짜가 6월 7일입니다. 유상증자대금 납입으로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가 된 건 6월 3일이었고, 김형일 대표가 물러난 건 6월 10일입니다.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모르게 했거나, 벨에어인베스트먼트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벌인 일은 아니겠죠. 양쪽의 교감이 없지 않고서는 사실상 일어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김형일씨와 벨에어인베스트먼트 사이의 경영권 이전은 완전한 경영권 교체라고 봐 줄 수가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지모바일을 자회사로 인수한 뒤 김형일 회장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20억원을 투입해 5.58%라는 낮은 지분율로 다시 최대주주가 됩니다. 2015년 지분을 판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에 신주를 인수했죠. 이지모바일과 주식교환으로 지분율이 3.42%까지 떨어진 벨에어인베스트먼트는 주요 주주명단에서 사라집니다. 이때 이미 벨에어인베스트먼트가 갖고 있던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되어 매각된 후였습니다. 지아이바이오와 최우진씨의 지분은 5% 미만이라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언제 처분된 지도 알 수 없었죠.


김형일 회장이 다시 최대주주가 된 게 2017년 7월입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후에 30억원 규모의 16회차 전환사채 발행이 결정되고, 인수자였던 눈미디어 대표 권혁찬씨 등 5명의 신임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가 열립니다. 하지만 사내이사 대부분이 김형일씨측 인사들이어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권혁찬씨 대신에 봄코리아가 2017년말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실적 부진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지도 모르는 퀀타피아 주가가 급등합니다. 전환가액이 낮아질 대로 낮아졌던 기발행 전환사채들이 잇따라 주식으로 전환되죠. 이어서 박상돈 회장, 봄코리아, 루이콤, 아이솔루션즈 등이 참여하는 100억원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실시되고, 박상돈 회장이 퀀타피아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됩니다.


박상돈 회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되지만, 김형일 회장도 이사로 재선임되고 대표이사직도 유지합니다. 그런데 우호적인 것으로 보였던 두 사람이 갑자기 경영권 분쟁을 벌입니다. 박상돈 회장 쪽에서 김형일 대표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겁니다. 주가는 다시 급등합니다. 2018년말 임시주총에서 김형일 회장이 이사에서 해임되고 박상돈 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죠. 그러자 이번에는 김형일 회장 쪽 사외이사가 박상돈 대표의 선임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 결과 박상돈 회장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김형일 회장은 2018년말까지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잦은 유상증자로 지분율은 5% 미만으로 하락했죠. 자연스럽게 2019년 이후에는 김형일 회장의 지분에 대한 공시가 사라집니다. 5% 이상 지분 보유자는 박상돈 회장, 봄코리아, 루이콤 3인 뿐이었죠. 김형일 회장은 2019년 이후 소리 없이 지분을 처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상돈 회장과 그의 특별관계자들은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한 후에도 전환사채 인수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그리고 장내매수를 통해 꾸준히 지분을 늘립니다. 특히 김형일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2018년 중에 전방위적으로 지분확보에 열을 올립니다. 박상돈 회장이 2억원의 전환사채를 포함 총 31억원을 순매수했고, 봄코리아가 62억원, 루이콤이 약 32억원, 아이솔루션즈가 약 6억원어치를 순매수하죠.


그런데 실적부진과 김형일 회장의 횡령 및 배임혐의가 발생하며 2019년 들어서자마자 퀀타피아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경영개선계획의 일환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봄코리아와 박상돈 회장이 50억원을 추가 출자와 결손보전을 위한 50% 무상감자가 이루어집니다. 2022년에는 아이솔루션즈가 단독으로 92억원을 출자합니다. 이때까지 박상돈 회장과 그의 회사들이 퀀타피아에 투자한 자금은 약 195억원에 달했습니다.


박상돈 회장은 2022년에 여러 차례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스카이이앤엠(초롬뱀이앤엠, 티엔엔터테인먼트)으로부터 생분해 원부자재업체 케이웨이브를 인수하고, 이어서 전기차 베어링케이지를 생산하는 후너스이엔지를 인수해 합병하는 등 활로를 모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라크나가조합을 이끄는 이성락씨와 현대제철의 철강제품 유통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진 디씨이㈜였습니다.



이성락씨는 2022년 10월에 10억원 규모의 퀀타피아 유상신주를 인수했는데요. 변익성 대표가 이끄는 더블유아이(현 리튬포어스)에 라크나가조합을 통해 1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직후였습니다. 퀀타피아 유상증자에도 원래 라크나가조합이 참여하려다가 이성락씨로 인수자를 교체한 것이었죠. 지난해 샌드크래프트가 퀀타피아를 인수할 때 인수자금을 빌려온 차입처 중 하나가 변익성씨였던 것이 단지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디씨이㈜는 50억원의 유상신주 취득과 28억5000만원의 전환사채 인수로 퀀타피아에 투자해 최대주주가 되는 한편, 박상돈 회장과 공동경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디씨이 최대주주인 최동철씨는 퀀타피아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죠.


하지만 디씨이와의 공동경영은 회사 매각의 전조였습니다. 지난해 6월 박상돈 회장의 회사 중 하나인 아이솔루션즈는 보유 주식의 약 절반을 라온홀딩스컴퍼니라는 회사에 43억원에 매각하고 이성락씨가 이끄는 라크나가파르나스는 봄코리아, 디씨이, 퀀타피아와 주식 및 전환사채 매매계약을 맺습니다. 김훈 씨디바이스 대표의 배우자인 정미숙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샌드크래프트도 봄코리아, 디씨이, 아이솔루션즈가 보유한 지분과 초록뱀이앤엠이 보유중이던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로 합니다.



애초에 계약한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박상돈 회장은 이성락씨와 샌드크래프트의 등장으로 퀀타피아에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총 93억여원을 투자해 약 100억원 이상을 회수한 아이솔루션즈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명의로 41억원가량을 투자한 박상돈 회장은 공시상 회수액이 16억원 정도에 그쳤고 102억원을 투자한 봄코리아는 약 32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루이콤은 32억원가량을 투자해 24억여원을 회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환사채의 매매금액이 정확하게 공시되지 않았을 수 있고, 공시 외에 처분액이 있을 수 있어 박상돈 회장 등의 손실은 더 적었을 겁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