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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이하 MIT)는 전자부품 중 커패시터 제조를 본업으로 하고 있는데요. 무려 16년째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 번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10년 이상 상장폐지 후보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도 상장기업으로 살아남아 있습니다. 올해도 상장폐지가 결정되었지만 지난달 9일 회사가 상장폐지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을 보통 좀비기업이라고 부르고 있죠.

기업이 매년 적자를 내면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유상증자로 새로운 자본을 대주는 주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MIT는 지난 14년 동안 영업활동에서 단 한푼도 벌지 못했는데요. 2021년 한 해를 건너 뛰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유상증자를 하면서 버텨 왔습니다.


간판도 참으로 여러 번 바꿔 달았습니다. 2009년까지 디지털텍이었다가 대영디티로 바꾸었고, 2010년에 다시 디지텔텍으로, 2012년에 쓰리원으로, 2014년에 에이치에이엠 미디어과 리젠으로 두 차례 변경했고, 2017년에 유씨아이로 바꾸었다가 2022년부터 지금의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라는 상호를 쓰고 있습니다.


최대주주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주 바뀌었습니다. 유상증자를 할 때마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6년 이후만 보면 에이도스1호조합, 머큐리어드바이저, 판토스홀딩스, 이큐셀, 천지인엠파트너스를 거쳐 지난해부터 나반홀딩스 유한회사라는 곳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중 이큐셀은 회생절차 과정에 출자전환으로 단 하루 최대주주였으니 별 의미는 없겠습니다.

최대주주와 상호의 잦은 교체에서 시사하듯 이 회사의 과거는 매우 복잡합니다. 본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등의 발행으로 수 없이 많은 M&A로 다른 회사 지분을 사고 팔기를 반복했죠. 자금조달과 인수합병은 최대주주의 변동 및 상호 변경과 궤를 같이 했고, 영위 업종도 달라졌습니다.


MIT는 지난 2014년 압구정의 초대형 성형외과병원인 리젠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우정씨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으로 최대주주가 되면서 리젠으로 상호를 변경하게 되는데요. 2년 후 김우정씨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인 김봉선씨가 대표조합원으로 참여한 에이도스1호조합이 역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으로 새로운 최대주주가 됩니다. 에이도스1호조합의 최대 출자자는 이성재라는 분이 세운 오렌지옐로우하임이라는 영화배급업체로 일본의 로망 포르노 영화들을 국내 최초로 상영한 곳이죠.

에이도스1호조합의 집권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유명한 기업사냥꾼인 온성준씨 회사 등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평촌다수인 등 다수의 학원을 인수해 교육사업에 뛰어들고, 기존의 주유소사업과 김우정씨가 붙인 화장품사업 등을 정리하더니 다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머큐리어드바이저라는 곳이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장합니다.


머큐리어드바이저는 평촌다수인, 세정에듀 등 다양한 학원의 인수를 위해 2016년 2월 발행한 14회차 전환사채 13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6년말과 2017년초에 이 전환사채와 현금 7억원 등 총 20억원을 납입해 최대주주가 됩니다. 자체 지분율은 5.10%에 불과했지만, 리젠이 인수한 학원 및 학원의 주주들이 특별관계자로 힘을 보탰죠. 그런데 머큐리어드바이저는 자본금 5000만원짜리 신설법인이었고, 100% 지분을 출자한 사람은 김병양인데, 김우정씨가 대표원장인 리젠성형외과의 비서실장이었던 분입니다.


김병양씨는 2015년말에 CXC종합캐피탈이라는 코스닥 상장사의 이사로 선임이 되는데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조카인 조현호씨가 설립한 CXC종합캐피탈(현 메이슨캐피탈)은 매년 적자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2015년 10월 12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디케이알인베스트먼트라는 곳이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이듬해 4월 조현호씨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김병양씨가 그 자리를 물려 받습니다.


그런데 김병양씨가 대표이사가 되자마자 CXC종합캐피탈은 다시 8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게 되고, 최대주주는 다시 제이디글로벌에셋조합이라는 곳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일로 CXC종합캐피탈은 메이슨캐피탈로 개명합니다. 김병양씨는 취임한 지 2개월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뿐만 아니라 사내이사직도 그만 둡니다.


김병양씨는 CXC종합캐피탈에서 나온 지 불과 2개월 후 코스닥 상장사 피엘에이의 사내이사 후보로 나섭니다. 피엘에이는 2015년 10월에 최대주주가 에이알렌트서비스(최대주주 유성엽)이라는 곳으로 바뀌었는데, 2016년 완전 자본잠식이 되면서 상장폐지됩니다. 김병양씨는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직후에 사내이사 후보가 되었는데, 주주총회 개최가 취소되는 바람에 이사 선임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때 김병양씨와 함께 사내이사 후보에 올랐던 사람이 이성재라는 분인데요. MIT(리젠)에서 김우정씨가 자신의 지분을 장내매도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에이도스1호조합으로 경영권을 넘길 때, 조합 지분 52%를 출자한 오렌지옐로우하임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습니다. 김병양씨가 CXC종합캐피탈 사내이사가 된 2016년 1월에 사외이사에 선임된 최문석이라는 분이 있는데요. 2018년 3월까지 오렌지옐로우하임의 감사를 지낸 분입니다. 또 감사로 선임된 이희억씨는 2022년 오렌지옐로우하임의 사내이사가 됩니다.


2016년 2월에 에이도스1호조합이 리젠(MIT)의 최대주주가 된 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김민정씨도 2021년까지 오렌지옐로우하임의 임원이었고, 사외이사에 선임된 김대진씨는 2022년 오렌지옐로우하임의 대표이사가 되는 분입니다.


오렌지옐로우하임은 상장폐지 위기에서 회사 매각을 추진 중인 퀀타피아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박상돈 회장이 자신의 회사인 봄코리아, 아이솔루션즈 등을 통해 퀀타피아(당시 코드네이처)를 지배하던 2022년 3분기에 오렌지옐로우하임이 발행한 전환사채 25억원어치를 퀀타피아가 인수했죠. 퀀타피아는 지난해 25억원 전액에 대해 조기상환 청구를 했는데 액면금액 14억원을 상환받았고, 나머지 회수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오렌지옐로우하임은 에스마크, 라이언인터내셔널 등 타법인으로부터 각 10억원 이상을 차입하는 한편 비상장사로서는 흔치 않게 꽤 큰 규모의 전환사채를 2차례나 발행합니다. 2021년에 23억원 규모로 발행했다가 2022년 5월에 전부 상환하고 곧바로 40억원짜리 전환사채를 발행했죠. 이중 25억원어치를 열흘만에 상환했는데, 아마도 이 전환사채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퀀타피아(코드네이처)에 재매각했던 모양입니다.


오렌지옐로우하임은 2022년 10월에 상호를 리튬코리아로 변경했는데, 이후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호 변경 직후 코스닥 상장사 엔투텍 등과 함께 지엔씨에너지가 보유한 지엔원에너지(현 지오릿에너지)의 지분 45억원어치를 양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25억원어치의 신주를 인수합니다. 오렌지옐로우하임의 김대진 대표와 백상준 부사장은 지엔원에너지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도 참여합니다. 퀀타피아가 오렌지옐로우하임 전환사채를 인수한 때가 이즈음일 겁니다.


엔투텍과 리튬코리아는 현재 지오릿에너지의 1,2대 주주입니다. 3대 주주는 라이언인터내셔널이라는 비상장사인데, 리튬코리아에 11억원을 빌려 준 특수관계자입니다. 지오릿에너지는 미국에서 리튬사업 진행을 위해 글로벌 리튬 에너지 코퍼레이션(Global Lithium Energy Corporation)이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총 15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요. 올해 8월에 리튬코리아 이사직에서 물러난 백상준 전 부사장이 이 현지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오릿에너지는 미국 현지법인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기 위해 지난달 210억원 규모의 제6차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아름드리코퍼레이션이라는 곳인데,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원영식씨의 가족회사입니다.


지난달 27일 리튬코리아는 코스닥 상장사 미코바이오메드의 경영권 지분을 양수했습니다. ㈜미코가 보유한 24.26%의 지분을 3개의 투자조합과 함께 140억원에 매입했는데, 리튬코리아가 66억원을 들여 11.48%를 확보했죠. 그런데 이때 공시된 바로는 리튬코리아의 총자산이 90억원인데, 부채가 9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또 리튬코리아의 최대주주는 대표이사인 오영훈(지분율 50%)씨로 되어 있습니다.


김병양씨는 상장폐지된 피엘에이 이사 선임에 실패하지만, 거의 같은 시점인 2016년 9월 2차전지 전해액업인코스닥 상장사 리켐의 공동 대표이사에 취임합니다. 그해 6월 파캔오피씨에서 상호를 변경한 스페로글로벌이 와이에이치컨설팅컴퍼니라는 신설법인과 함께 리켐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서 스페로글로벌의 송한성 대표와 함께 김병양씨가 공동 대표가 된 것이죠.


사실 스페로글로벌은 들러리에 불과했습니다. 29억원에 인수한 리켐의 구주를 두달 후 31억원에 전량 매각하거든요. 이걸 인수한 곳이 와이에이치1호조합으로 와이에이치컨설팅컴퍼니에서 설립한 조합이었습니다. 스페로글로벌의 지분 매각과 함께 송한성 대표가 떠나고 김병양 단독 대표 체제가 됩니다. 하지만 김병양씨의 대표이사로서의 수명은 이곳에서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한달여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온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낸 이상준씨가 새로운 대표로 취임하거든요.


김병양씨는 리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머큐리어드바이저를 설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근무하던 리젠성형외과 대표원장이 소유했던 리젠(MIT)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되었죠. 김병양씨와 이성재씨의 행보가 겹치는 걸 감안하면, 머큐리어드바이저 이전에 최대주주였던 에이도스1호조합과 머큐리어드바이저는 사실상 같은 경제적 실체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리젠을 인수하기 직전에 김병양씨가 대표로 있던 리켐은 2019년에 알이피, 2020년에 스카이이앤엠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2022년에는 초록뱀이앤엠이 되었다가 지난해 8월부터 티엔엔터테인먼트라는 간판을 달고 있습니다. 2020년에 이 회사를 인수한 곳이 유명한 기업사냥꾼 원영식씨의 회사 더블유홀딩컴퍼니가 최대주주이던 초록뱀미디어였죠.


티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22년 당시 코드네이처인 퀀타피아에 필터제조업체 케이웨이브를 70억원에 양도하는 대가로 퀀타피아가 발행한 전환사채 70억원을 받았죠. 그리고 올해 그 전환사채를 샌드크래프트에 77억원에 매도하고 계약금 10억원을 받고 나머지 67억원을 단기대여금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상환기일이 4월19일이었는데 퀀타피아가 상장폐지될 위기에 놓이자, 퀀타피아가 70억원 전환사채 전부를 조기상환하고, 샌드크래프트가 그 돈으로 티엔엔터테인먼트 대여금을 상환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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