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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신탁의 계열사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는 국보는 컨테이너 운송업을 하는 물류회사로 2019년까지는 흥아해운의 자회사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 3월에 흥아해운이 보유주식과 경영권을 사모펀드(제이에스제2호사모펀드합자회사)에 매각했지만, 사모펀드가 지분을 현물배분하고 국보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불과 4개월만에 다시 ㈜카리스라는 비상장사로 주인이 바뀝니다.
카리스는 당시 완전 자본잠식에 가까운 회사였는데, 그해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20억원에서 45억원으로 늘렸고 19억원에 국보를 인수합니다. 카리스의 최대주주는 유철 대표로 지분율이 92%에 달했으나 증자 이후 50.9%로 낮아졌습니다.
흥아해운에서 사모펀드와 비상장사로 주인이 바뀌면서 국보의 자금부서가 바빠집니다. 흥아해운이 지분을 팔던 날 처음으로 사모 전환사채(1회차) 100억원을 발행하기로 하고 50억원의 유상증자와 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도 결의합니다. 이중 유상증자는 자금모집에 실패했는지 41억원으로 규모가 줄고 시기도 7월말로 늦어지는데, 이때 최대 물량을 인수한 곳이 새로운 최대주주 카리스였습니다.
새로 꾸려진 이사회는 경기도 화성의 토지와 건물을 93억원에 팔고, 골든타임1호조합과 나비스피델리스5호조합 지분 매입에 각각 78억원과 20억원을 사용합니다. 나중에 기술하겠지만 골든타임1호 조합과 나비스페델리스5호 조합은 어떤 하나의 회사에 투자를 집행했고, 그 회사는 국보의 자회사가 됩니다.
국보는 또 다시 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2회차) 발행과 카리스가 단독 참여하는 5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로 100억원을 조달하고, 렌터카 임대회사 벅시 지분매입에 20억원을 씁니다. 벅시의 이태희 대표는 국보의 대표이사에 취임합니다.
그해 11월 국보의 최대주주가 또 바뀔 뻔했습니다. 국보가 5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연초까지만 해도 자신의 주인이었던 흥아해운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계약금 7억원을 지불한 후 한달 만에 계약이 해지됩니다. 500억원을 납입하기로 한 곳은 2018년말 기준 자산총액 300만원에 불과한 코어센드라는 유한회사였습니다. 자금조달을 위해 섭외된 회사였을 겁니다.
이때 계획된 유상증자는 철회되지 않고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신주 인수자만 계속 바뀌면서 계획이 연기되어 왔습니다. 2022년 11월 교체된 인수자가 무궁화신탁의 투자목적회사로 현재의 최대주주인 엠부동산성장1호입니다. 하지만 엠부동산성장1호가 최대주주가 된 후에도 역시 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천지인엠파트너스로 인수자가 다시 바뀝니다.
오창석회장 가족회사 천지인산업개발과 에버그라시아가 출자한 천지인엠파트너스는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7월 납입을 끝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연기를 거듭해 지금은 2025년 2월 28일을 납입일로 하고 있습니다. 납입할 증자대금은 510억원입니다. 국보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는데다 무궁화신탁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강제 매각될 운명에 놓여 있어 납입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보 현 대표이사 박찬하씨는 천지인엠파트너스와 천지인엠파트너스의 최대주주 에버그라시아의 대표를 모두 맡고 있습니다. 박씨는 국보의 자회사였던 보그인터내셔날의 대표이기도 하고, 무궁화신탁의 계열사 케이리츠투자운용 이사회의장이자 무궁화캐피탈의 사외이사입니다. 무궁화신탁의 경영고문을 지냈고, 에버그라시아의 공동 대표이면서 국보에서 사외이사로 있는 김재경씨와 함께 오창석 회장이 진행한 여러 M&A에서 핵심 인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국보의 최대주주는 이듬해인 2020년 9월 기어이 바뀝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권에 변동이 없었습니다. 카리스가 장외 지분 매각으로 2대 주주인 케이비국보이 최대주주가 되었는데. 이 회사의 대표가 카리스의 총괄사장이자 국보의 대표를 맡고 있던 하현씨였습니다.
국보는 2020년 6월 50억원의 유상증자와 5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을 실시해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케이비국보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11.46%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되었습니다. 최대주주 카리스(12.11%)와 지분율 차이가 미미했습니다. 카리스를 통해 국보를 실질 지배한 것으로 보이는 하현 대표는 왜 케이비국보를 추가로 내세워 카리스와 맞먹는 지분을 취득했을까요? 아무래도 카리스의 엑시트를 위한 교두보였던 것 같습니다.
국보와 카리스 사이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카리스가 최대주주가 된 직후 국보는 카리스로부터 우주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시 중심부와 외곽을 잇는 도로 약 80km 구간에 가드레일 공급∙설치하는 계약(미화 400만달러)을 수주합니다. 카리스의 유철 회장은 언론을 통해 “전세계 도로에 한국산 가드레일을 설치하겠다”며 애드벌룬을 띄웁니다. 카리스를 특례 상장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드레일 법인을 설립해 나스닥에도 상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힙니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 가드레일은 계약으로 끝났습니다. 카리스는 발주서를 확정하지 않았고 중도금 지급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은 해지되었고 국보는 불성실공시법인이 되었습니다. 공시를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았습니다. 카리스가 국보의 최대주주라는 사실은 아무래도 불편했을 겁니다.
케이비국보의 등장 3개월 후 카리스는 보유주식 540만여주 중 148만여주를 장외매도해 지분율을 7.93%로 떨어뜨렸고,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했습니다. 케이비국보가 10.35%로 최대주주가 되었습니다. 카리스가 처분한 148만여주는 2019년 6월 처음 취득한 수량과 동일했습니다. 카리스가 25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한 뒤 취득한 국보 주식이었죠. 두달 후 국보 유상증자에 참여해 취득한 약 391만주는 남겨두었습니다. 마치 148만주와 391만주의 재원이 된 자금에 꼬리표가 붙은 것처럼 행동했죠.
카리스는 148만주를 19억원에 취득했었는데요. 팔 때는 27억 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불과 2개월 전 케이비국보가 유상신주를 취득한 가격 685원의 3배에 가까운 주당 1852원을 받았습니다. 케이비국보의 유상증자 참여는 사실상 그해 5월에 결정되었고 9월에 카리스의 지분 매각으로 최대주주가 되었는데, 그보다 앞선 8월에 임시주주총회가 열려 경영진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유철 회장은 이미 6월에 사내이사직을 사임했습니다.
카리스는 2021년 2월 391만주 중 약 242만주를 담보권실행으로 잃었습니다. 보유주식을 담보로 맡겼다는 공시가 없었지만, 실은 차입금으로 취득한 주식이었습니다. 2020년 9월말 현재 카리스의 자산은 총 198억원이었는데, 부채가 175억원이었고 자본은 약 23억원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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