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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미래 경영성과를 예측하는 출발은 그 기업의 과거와 현재일 것입니다. 과거의 성장 추세와 현재의 펀더멘털과 시장상황, 여기에 향후 시장 전망과 기업의 사업계획을 보태 그걸 근거로 추정이라는 걸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어떤 기업이 미래에 어떤 길을 갈지는 현재까지 그 기업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살던 대로 사는 게 보통이죠.


미래 경영성과 추정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그 기업이 과거에 일구었던 성장과 성과가 그 추정의 결과에 어울려야 합니다. 과거에는 전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기업에게 장밋빛 미래를 예상한다면 추정이 아니라 소설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어떤 기업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 창출능력에 달려 있지만, 미래 현금흐름 창출능력의 바탕은 바로 그 기업의 과거와 현재인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일이 의미를 갖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추정은 매출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추정기간 동안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일시적 감소는 있을지 언정 추세는 늘 증가하는 추정이더라고요.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기업가치 평가에서 매출 추정에는 낙관적 편이가 있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아마도 매출 추정을 위한 가장 직접적인 자료가 바로 평가대상 회사의 사업계획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업계획에는 늘 기대와 각오가 섞여 있게 마련이죠.



웅진코웨이 역시 예외는 아니죠. 매출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실제와 격차는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거쳐 영업이익에 도달하면 더 커집니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추정은 대체로 과거의 원가율과 지출에 근거해 매출에 연동시키거든요. 수익과 비용이 같은 비율로 증가하면 이익의 절대치는 당연히 늘지요.


결과론에 불과하다는 반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네 타당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매출과 이익과 현금흐름이 매년 증가한다는 추정은 분명 낙관적입니다. 누구를 탓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이 빠르게 쇠락하거나 사양산업에 속해서 매출 감소 가능성이 꽤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죠. 어쩔 수 없는 낙관이라고 해 두죠.



사모펀드로 인수된 웅진코웨이의 현금흐름은 매출액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갑니다. 추정에 비해 매출증가가 둔했지만 잉여현금흐름은 매출과 반대로 추정치를 웃돕니다. 2016년 큰 폭의 현금흐름 감소는 얼음 정수기 리콜 사태 때문에 일회성 지출이 크게 발생한 영향이니 무시하기로 합니다. 영업이익 역시 매출액과는 조금 흐름이 다른데, 주목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안진회계법인의 추정 영업이익이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외에 기타비용까지 차감한 것이라서 직접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영업이익률이 사모펀드 인수 이전에 비해 개선된 건 맞습니다.


회사의 매출 성장은 추정보다 약했는데 현금흐름은 오히려 강해진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굿 뉴스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금흐름의 크기가 기업가치의 크기가 비례하기는 하지만 당장의 현금흐름이 커졌다고 미래 현금흐름도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지요. 잉여현금흐름은 일반적으로 영업현금흐름에서 순운전자본 투자와 자본적 지출을 차감해 구합니다. 최근엔 배당금도 차감하는 경향이 짙은데, 기업가치를 추정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미래 성장률에 반영하기만 하면 되죠.


운전자본 투자와 자본적 지출을 조정하면 현금흐름을 상당 폭 바꿀 수 있습니다. 매출이 좀 줄어든 정도는 외상매입을 늘리고 외상매출과 재고를 줄여서(운전자본 투자 축소) 메울 수 있고요, 그것으로 부족하면 설비투자를 줄여(자본적 지출 축소) 현금 유출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웅진코웨이가 그렇게 했습니다. 설비투자 추정은 회사의 투자계획에 기초에 이루어졌는데, 실제 투자는 그 계획보다 적게 했죠. 그 만큼 잉여 현금흐름이 생겼고요. 운전자본 투자 역시 사모펀드가 인수하기 전과 달라졌습니다. 매출채권, 재고자산, 선급비용 등 운전자산에 묶이는 돈이 줄면서 그 만큼 현금흐름이 개선되었죠. 사모펀드 인수 이후인 2013년부터 4년간 실제 집행된 순설비투자는 추정(회사의 계획에 기초한) 보다 1800억원 가까이 적습니다. 순운전자본투자도 800억원 가까이 덜 했습니다. 4년간 2600억원의 현금흐름 증가 효과를 거둔 겁니다.


웅진코웨이가 2013년부터 4년간 실제 창출한 잉여현금흐름은 7282억원입니다. 안진회계법인이 추정한 잉여현금흐름은 7042억원이죠. 만약 설비 투자와 운전자본 투자가 추정된 만큼 이루어졌다면 실제 현금흐름은 추정치를 크게 밑돌았을 것입니다. 2016년 얼음 정수기 리콜 사태가 없었다면 실제 잉여현금흐름은 더 많았겠죠. 추정치와의 격차는 더 컸을 겁니다. 매출이 회사의 계획에 미달하고 영업이익이 덜 나오는 상황에서 추정치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흐름을 만들어 낸 이 결과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것이 바로 사모펀드의 테크닉 아닐까요. 회사 본연이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재무적인 측면에서 강도 높은 관리를 하면서 더 많은 현금흐름이 나오도록 하는 것. 장기적으로 회사를 소유할 이유가 없는 사모펀드의 경영방향일 것입니다. 운전자본 투자가 줄어든 것을 경영의 효율이 늘어났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처나 고객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는 숫자로 확인이 어렵습니다. 외상값을 더 빨리 회수하고 비용 결제는 최대한 늦추는 것이 운전자본 투자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설비투자 축소는 어떨까요. 웅진코웨이가 늘 하던 만큼 투자를 계속했으면 잉여현금흐름이 추정치를 초과할 수 없었습니다. 늘어난 현금흐름만큼 투자를 포기한 셈이죠. 회사의 성장성은 내부 유보된 이익이 설비 등에 재투자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투자 축소는 성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요. 수치로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이러한 정보들이 웅진코웨이의 늘어난 잉여현금흐름을 굿 뉴스로만 받아들이기 어렵게 합니다.


투자 축소로 일군 잉여현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문제입니다. 회사 내부에 계속 있다면 향후 설비투자에 쓰이거나 비영업용자산(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데라도 쓰이겠죠. 그런데 회사 밖으로 유출됩니다. 지난 편에서 웅진코웨이의 배당금 이슈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정상적으로 발생한 잉여현금흐름 안에서 이루어진 배당이 아닌 것 같아 그랬습니다. 도를 넘었습니다. 지난 편에 이미 쓴 그림이지만 조금 바꿔서 다시 씁니다.



아시다시피 배당금으로 나갑니다. 웅진코웨이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창출한 현금흐름은 1조1000억원 정도입니다. 같은 기간에 배당금 지급 총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장사로 벌어 남은 돈이 전부 배당으로 나갔고 추가로 1000억원이 더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액은 배당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설비와 운전자본 투자에 쓰였을 돈입니다. 4년간 2600억원이니 어림짐작으로 계산해 지난해까지 줄잡아 4000억원은 될 것 같네요.


설비투자가 회사의 성장성을 위한 것이라면 설비투자 축소로 배당을 늘린 것은 성장성의 희생이라고 봐야 합니다. 배당금 1조2000억원은 그 액면만큼 기업가치가 감소한 것이고, 그 돈이 내부에 유보되었을 경우 창출될 미래 현금흐름만큼 추가로 더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겁니다. 웅진코웨이의 잉여현금흐름을 숫자 그대로 읽어 주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