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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경영진이 매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외형 확대에 올인하는 것은 '우리도 언젠가는 아마존처럼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일 겁니다. 국내에서도 쿠팡이 결국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유통업계의 지배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 바탕에는 아마도 아마존의 전략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을 겁니다.
아마존의 성장세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1994년에 창립한 아마존은 매년 엄청난 속도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결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왕으로 군림하던 월마트 마저 넘어섰습니다. 외형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율이 낮아지지 않는 비현실적인 성장입니다.
그리고 그 성장의 이면엔 수익에 대한 포기가 있죠. 아마존은 2002년까지 8년 연속 손실을 감수합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에도 이익을 늘리는 데 열중하지 않았죠. 미미한 이익을 내다가 적자로 반전하기를 반복합니다. 매출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할 수 없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대규모 물류 투자와 물류 비용일 것입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창업 초기부터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했습니다.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물류센터 역시 점차적으로 늘렸죠. 2002년까지 적자를 본 것도 북미지역에서 물류 투자에 돈을 쏟아 부은 영향이 큽니다. 고객에게 더 빨리 배송을 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한 것이죠. 최근 새로 시작한 국제부문에서 수십억 달러의 큰 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 역시 신규 진출하는 지역에 물류 투자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존은 결국 대규모 물류 투자와 외형의 지속적인 확대가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9년 만의 흑자 반전 후에도 '이익 없는 성장'이라는 비아냥을 오랫동안 들어야 했던 아마존이지만 2016년부터 수익성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입니다. 그해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넘어선 순이익은 2018년 100억 달러를 돌파합니다.
아마존의 이익이 장부상으로만 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매출액에 비해 미미했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015년 100억 달러를 넘어서고 2018년에는 307억 달러를 기록해 불과 3년만에 3배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물류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를 차감한 잉여현금흐름이 2018년 2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아마존의 지속 생존이 가능할 것인가'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존의 성공 비결의 첫 단추는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의 매출 우선주의일 것입니다. 8년 간의 적자를 외부자금의 추가 조달로 메우면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질주를 해온 것인데, 그게 결국 통한 겁니다. 그리고 무모해 보이는 이 전략이 통한 이유는 바로 매출의 성장이 압도적이었다는 것이죠. 현재 미국 온라인 유통시장의 1위인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2위인 월마트를 포함해 10위까지의 점유율을 전부 합한 것보다 큽니다. 압도적인 지배력이죠. 그 압도적인 지배력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수익으로 환원된 것입니다.
쿠팡도, 아니 쿠팡이 아닌 어떤 다른 곳이라도 한국에서 아마존 같은 성공신화를 쓸 수 있을까요? 어쩌면 한국의 아마존이 되는 길은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아마존의 전략을 채택하고 실행한 곳은 아마존 한곳이지만, 한국에서는 티몬과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경쟁자들, 온라인 유통시장의 터줏대감 이베이코리아, 심지어 오프라인 시장의 공룡인 롯데와 신세계그룹도 쿠팡과 같은 전략을 쓰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티몬과 위메프 등이 지금은 좀 움츠려 있지만, 대규모 외자유치가 이루어진다면 다시 추격전을 펼칠 수도 있겠죠. 롯데와 신세계도 기왕에 온라인에서 한판 붙자고 나섰다면, 쿠팡의 독주를 보고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
쿠팡이 누누이 강조하는 '계획된 적자'는 '미래의 흑자'를 예정한 말입니다. 미래의 흑자는 매출에서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전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아마존과 달리 국내 시장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쿠팡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매출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만약 롯데와 이마트가 상당기간 적자를 감수하고 대대적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투자와 매출 확대에 주력한다고 해도 쿠팡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경쟁이 격화되면서 매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한다면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는 시점은 점점 늦어지게 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좁은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을 신세계 롯데 등과 삼분 또는 사분하게 되는, 아마존과 같은 독보적인 지배자가 아니라, 여러 유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남게 된다면 쿠팡의 흑자전환은 가능할까요?
아쉽게도 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이니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그렇습니다. 계획된 적자의 원동력은 당연히 '돈'입니다. 적자를 메우는 돈이 지속적으로 수혈이 되어야 적자를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쿠팡의 돈줄은 손정의 회장이죠?
쿠팡은 2015년 이후 2조9000억원가량의 외부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대부분 손정의회장의 소프트뱅크에서 받은 자본입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에 약 2조5000억원 정도를 회사 운영비와 물류투자로 소진했죠. 최근 3년 평균 7000억원 정도 됩니다. 쿠팡이 당분간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손정의 회장에게 추가로 유치한 20억 달러는 3년이면 동이 납니다. 3년 안에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시 추가 자금 유치가 불가피한 것이죠.
쿠팡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차처럼 고속 질주를 계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못 먹어도 고를 할 수 밖에 없죠. 멈추어 서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요. 아래는 쿠팡이 현금흐름을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바로 운전자본이죠.
매출채권은 미미하지만 매입채무는 매년 급증합니다. 매출채권은 바로바로 회수를 하고 매입채무는 가능한 늦게 결제를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받을 돈은 빨리 받고 줄 돈은 늦게 주니 금고에 돈이 남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쿠팡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이 2018년 기준 2000억원가량 됩니다. 이 쏠쏠한 자금은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지 않는 한 지속되지 않습니다. 쿠팡이 계속해서 페달을 밟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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