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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우스앤밸류의 이호준 대표, 오경원 부회장 콤비가 투자한 회사는 무수히 많은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2021년 상장폐지된 에스제이케이입니다. 에스제이케이의 경영진 구성은 좀 특별했는데요. 상장폐지된 해에 감사를 포함한 등기임원(사외이사 3명)이 무려 13명이나 되었는데, 상근직은 3명뿐이었습니다. 등기임원 13명 중 내부 승진으로 이사가 된 분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승인한 등기임원 보수 총액이 17억원이고 등기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에게 15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이 부여되었죠. 그런데 에스제이케이의 2020년 연 매출은 38억원에 불과했고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습니다.
2020년 파산선고를 받아 이미 상장폐지가 확정된 에스제이케이는 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2019년에 이어 2020사업연도에 대해서도 적정의견을 받지 못했고, 회생전 M&A로 생명연장을 노렸지만 입찰자가 아무도 없어 그마저 무산되었죠. 법원은 청산가치가 계속가치에 비해 명백하게 높다며 회생절차를 중단했습니다.
허무하게 무너진 에스제이케이에게도 리즈 시절이 있었습니다. 1995년 설립돼 반도체장비 국산화 신기술을 개발하고,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기 협력업체에 선정되면서 200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고 벤처기업대상 대통령표창까지 받았죠.
그런데 상장 후 회사가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그리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새로운 주주들이 등장하더니, 조달한 자금으로 새로운 주주들이 소유한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브로딘엔터테인먼트, 엠플랜엔터테인먼트)와 영화제작업을 하는 회사(쇼이스트)를 인수합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주주들끼리 경영권 다툼이 벌어집니다. 어렵게 상장한 회사는 2007년 한해를 경영권 분쟁으로 보내면서 150억원 대이던 매출이 반토막도 안되는 70억원으로 떨어져 버리고 1년 사이에 최대주주가 세번이나 바뀌는 등 경영진과 실적이 모두 불안해 집니다.
이때 비상장사인 세진전자가 장외매수를 통해 최대주주로 등장하고,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사명을 세진전자로 바꿉니니다. 세진전자는 해외자원개발 회사인 프리굿과 전자부품업체인 한빛전자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2011년 연결기준 매출 900억원을 넘는 성과를 냅니다. 하지만 인수합병 효과로 덩치만 커졌을 뿐이었습니다. 세진전자로 새출발한 2010년부터 상장폐지될 때까지 매출은 급전직하하고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합니다. 누적 적자가 1000억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누적 적자로 거덜나다시피한 에스제이케이는 매년 상장폐지의 기로에 서고, 소액의 유상증자 또는 전환사채 발행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 연명하는데요. 그러던 2018년 12월 모처럼 비교적 큰 규모의 외부자금 유치에 나섭니다. 뷰티플코리아그룹(전용석 100% 지분 소유)을 대상으로 30억원, 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5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고, 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이스트아시아 1호조합에 인도할 예정이었죠.
유상증자가 이루어지면 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에스제이케이의 최대주주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유상증자는 납입기일과 납입자가 연기 및 교체되는 난항을 겪다가 50억원짜리는 철회되고, 30억원짜리는 12억원 규모로 축소되어 위플러스컴퍼니라는 곳이 전액 인수합니다. 50억원의 전환사채 역시 2019년 8월에 가서야 30억원으로 축소되어 발행됩니다.
50억원으로 예정됐던 증자의 최초 납입자였던 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바로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의 부회장 오경원씨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였는데요. 2018년말 기준으로 자산총액 61억원, 자본총액 50억원(자본금 15억원)이었고, 매출액은 없었습니다. 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홍콩계 코스닥 상장사인 이스트아시아홀딩스(이스트아시아홀딩스인베스트먼트리미티드)와는 무관한 회사입니다. 착각하기 쉬운 이름이죠.
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유상증자 후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 경영진을 꾸릴 예정이었습니다. 임시주주총회 날짜와 사내이사 후보를 정해 소집공고까지 이루어졌죠. 이때 사내이사 후보가 오경원씨를 비롯, 그로우스앤밸류 대표 이호준씨와 교보증권 출신의 제이앤와이 파트너스 대표 신시준씨였습니다. 이때 소개된 오경원씨 이력에 파로스인베스트먼트 PE(사모펀드)의 전 헤드 디렉터라고 적혀 있는데요. 과거 이름이 파로스인베스트먼트인 지금의 파로스자산운용과는 다른 회사입니다. 2010년에 확인영어사를 인수하려다 무산된 파로스인베스트먼트(대표 김형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경원씨는 투자시장에서 활약하던 분인 모양입니다.
CBI와 율호가 그로우스앤밸류의 포트폴리오에서 특별한 건 다른 투자와 달리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고 이호준, 오경원씨가 최고경영자로 나서서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했다는 것인데요. 2018년 에스제이케이 인수에 성공했다면, 에스제이케이 역시 CBI나 율호와 비슷한 길을 걸었을 것 같습니다.
에스제이케이는 사실상 영업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고, 보유 현금은 바닥이 난 상태였습니다. 2018년 현재 400억원에 육박하는 차입금을 상환할 길은 유형자산을 내다 파는 방법밖에는 없어 보였습니다. 상장사라는 간판 외에는 딱히 매력 포인트가 없고, 상장사 타이틀마저 위태로운 이 회사를 오경원, 이호준씨는 왜 인수하려고 했을까요? 그간의 행보로 보아 경쟁력이 있는 튼실한 회사로 재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에스제이케이 인수가 왜 무산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상장폐지를 면할 길이 없다는 걸 감지하고 발을 뺀 것일 수도 있고, 회사측과 조건이 맞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다만 2018년 그로우스앤밸류는 매우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 만큼 많은 자금을 조달하거나 조성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 중 일부는 그로우스앤밸류 홈페이지에 과거 성과로 소개되고 있는 에이프로젠, 세원(현 폴라리스세원), 에이티테크놀러지(현 리튬포어스) 등입니다. 그 밖에도 아이텍반도체(현 아이텍), 동원(현 HLB글로벌)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실제 주역이 따로 있는 인수합병 등의 투자에 투자조합을 결성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초록뱀컴퍼니(현 씨티프라퍼티)의 원영식, 에이티테크놀러지의 변익성, 쌍방울그룹 김성태 등 거물급 기업사냥꾼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례로 폴라리스세원에 투자한 50억원 규모의 그로우스앤밸류 4호투자조합은 초록뱀컴퍼니의 전신인 더블유홀딩컴퍼니가 98%를 투자했죠. 또 그로우스앤밸류디벨로프먼트는 2018년 제이엔케이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이던 넥스트바이오홀딩스(현 중앙첨단소재)로부터 자금을 대여받기도 했습니다. 넥스트바이오홀딩스의 전신은 인터림스-휴림스, 후신은 센트럴바이오-중앙디앤엠인데요. 인터림스의 핵심 인물로 임호 회장과 구안나씨를 들 수 있는데, 임호 회장은 기업사냥꾼으로 자동차부품업체 화진(현 에스엠화진)을 무자본 M&A한 한상엽씨와 동업자 관계로 알려졌고, 구안나씨는 필룩스 조명박물관장으로 있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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