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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정평영•권영완씨의 회사 그린비티에스와 퀀터포트가 씨씨에스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될 때 자금을 빌려준 코스닥 상장사가 둘 있죠. 웰바이오텍이 실질적인 주인인 아센디오와 다보링크입니다. 아센디오는 퀀텀포트 전환사채 45억원어치를, 다보링크는 그린비티에스 전환사채 20억원을 각각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해 주었죠.


씨씨에스에서 최대주주의 경영권 지분 양수도계약이 있던 지난해 9월, 아센디오에서도 같은 날 최대주주의 경영권 지분 양수도계약이 이루어졌었죠. 그런데 다보링크 역시 올해 1월 최대주주가 바뀌고 나서 그린비티에스에 씨씨에스 인수대금을 빌려주었더군요. 다보링크의 새 최대주주는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테라사이언스(구, 삼원테크)입니다.


# 다보링크의 주인도, 주인의 주인도 바뀌어


유압용 관이음쇠를 만들어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중장비업체에 납품하는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는 2018년 블루밍홀딩스라는 경영컨설팅업체로 바뀌었다가 지난해 4월 다시 씨디에스홀딩스라는 곳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는 지서현씨가 61.5%의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인데요. 400억원의 테라사이언스 지분인수 대금 중 80억원은 타법인이 발행한 전환사채로 납입하고, 195억원은 대부업체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지급했습니다.



테라사이언스 인수 후 지서현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2차전지와 리튬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한 후 주가가 급등하죠. 이 과정에서 테라사이언스가 만기전 취득한 자기전환사채가 대거 재매각되었고, 주식으로 전환돼 수백억원대의 평가차익을 투자자에게 안겼습니다.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은 포도인베스트먼트(대표 김창근)와 지니집코리아(대표 김성일)라는 곳인데, 김창근씨와 김성일씨는 과거 주가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LG그룹 방계 3세 구본호씨(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과 관련있는 인물입니다.


2015년 효성그룹 3세인 조현준 사장과 구본호씨가 공동으로 120억원을 투자한 액션스퀘어라는 게임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김창근씨 회사였죠. 김창근씨는 현 위메이드맥스인 전 조이맥스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김성일씨는 구본호씨의 개인회사 판토스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분입니다.


#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는 반대매매로 지위 상실


씨디에스홀딩스는 블루밍홀딩스로부터 테라사이언스 주식 1063만여주(11.61%)를 인수했지만, 지난 19일 반대매매로 대부분 지분을 잃고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죠. 인수 후 1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최대주주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고, 회사는 상장적격성심사 대상이 되어 주식매매가 정지되었죠.


씨디에스홀딩스가 반대매매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인수 4개월만인 지난해 8월 778만주(187억원 상당)가 반대매매되며 지분율이 3.17%까지 떨어졌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6.12%까지 끌어올렸지만 올해 1월에도 4차례에 걸쳐 반대매매가 이루어져 176만주(18억원)를 잃었죠. 그렇게 4.14%까지 떨어진 지분율은 지난 19일 나머지 담보주식 전부에 대한 담보권 실행으로 재차 2.13%로 하락했습니다.



19일 반대매매되기 전 씨디에스홀딩스는 테라사이언스 주식 395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중 192만주가 담보로 제공되어 있었습니다. 테라사이언스 종가 기준으로 이미 지난 13일부터 담보권이 전부 실행되어도 담보대출액 18억원을 상환하기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언제 반대매매가 바생해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가 테라사이언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자금은 절반이 차입금이었습니다. 총 400억원의 인수대금 중 195억원을 와이앤제이대부 등에서 빌렸고, 나머지 205억원 중 80억원은 타법인이 발행한 전환사채로 지급했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의 재정상태로 볼 때 205억원이 자기자금이라는 것도 액면 그대로 믿어주기 어렵습니다. 2022년말 기준 자본금 4억원에 자산총액 3억원짜리 회사였거든요.


씨디에스홀딩스의 반대매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테라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차입의 담보유지비율은 165%였습니다. 주가가 1555원 아래로 떨어진 1월부터 이미 담보권 실행의 조건이 충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채권자들은 2개월 이상을 기다려 주었고, 씨디에스홀딩스는 남은 주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는 19일 현재 보유 중인 203만여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했다면 반대매매를 늦출 수 있었습니다. 채권자들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막을 수 있는 반대매매를 막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남은 주식을 담보제공하기 불가능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반대매매를 당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씨디에스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자본금을 4억원에서 130억원으로 크게 늘렸습니다. 액면가로 증자를 했다고 해도 최소한 126억원의 자본확충이 이루어졌습니다. 자본확충을 한 지 불과 2개월만인 올해 1월 반대매매를 당하고, 19일에는 급기야 추가 반대매매로 최대주주 지위마저 놓쳤습니다. 126억원이나 되는 돈을 금세 다 써버린 걸까요?


# 최대주주 반대매매 당할 때, 테라사이언스는 다보링크 경영권 인수


다보링크의 최대주주인 이용화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이라는 자산총액 7억원짜리 건설업체와 주식양수도계약을 맺습니다. 자체 자금으로는 다보링크 인수가 불가능한 곳이었죠. 알고 보니 원래는 식자재 가공업체였는데, 지난해 9월에 회사이름을 바꾸었고, 염수진이라는 분이 사내이사로 약 한달간 있다가 그만두고 10월13일 박성수씨가 새로 취임했더군요.


염수진씨는 테라사이언스의 최대주주 씨디에스홀딩스와 관계가 있는 사람입니다. 씨디에스홀딩스가 지난해 8월 반대매매로 지분율이 크게 떨어졌을 때 테라사이언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40억원을 누군가로부터 신규 차입했는데요. 그 돈을 빌려준 사람이 바로 염수진씨입니다. 다보링크를 최종 인수한 테라사이언스와 다보링크 경영권 지분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던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 사이에 연결고리였던 셈이죠.


다보링크 경영권 지분을 양수하기로 한 건 이승진씨가 100% 지분을 갖고 박성수씨가 사내이사인 더에이치에스엔터내셔널인데요. 약 한달 후만에 양수자 지위를 테라사이언스에 넘깁니다. 그리고 올해 1월 18일 219억원의 대금을 지급하고 24.64%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씨디에스홀딩스가 테라사이언스 지분 반매매매을 당하던 기간인 10~26일 사이에, 테라사이언스의 다보링크 인수가 이루어졌습니다.


테라사이언스를 최대주주로 맞이한 다보링크가 처음 한 일은 지난 2월 그린비티에스가 발행한 전환사채 20억원 인수였습니다. 아센디오가 퀀텀포트와 맺은 계약과 마찬가지로 전환사채 발행 1년 후부터 상환청구가 가능하고, 원리금 상환액의 50%를 의무적으로 씨씨에스 보통주로 하기로 했죠. 원리금 상환시 씨씨에스 보통주 가격을 882원으로 책정하기로 했으니, 그린비티에스가 최대주주 변경승인을 받는다면, 다보링크는 227만주의 씨씨에스 보통주를 받게 되죠.



다보링크는 지난해 10월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맺으면서 3자배정 유상증자와 15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을 함께 결정했는데요. 10억원의 신주를 받기로 한 건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이었습니다. 150억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로 한 건 엠아이스퀘어(소병민 100%)라는 회사인데, 2022년말 현재 자산총액이 5억원 남짓인 완전자본잠식 회사였습니다. 총 160억원에 달하는 자금조달은 최대주주가 테라사이언스로 바뀌었어도 여전히 유효해 다음달 3일 납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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