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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의 씨씨에스 최대주주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에 대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취득한 씨씨에스 주식을 6월 21일까지 처분하는 등 시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씨씨에스가 지난 2월 22일 발행한 신주는 28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의결권이 제한된다면 그린비티에스가 보유한 7.05%와 퀀텀포트가 보유한 6.96%의 지분은 사실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주식이 되었습니다. 정평영∙권영완씨가 주주총회에서 김영우씨 등 4인의 이사를 해임하고 자신의 편으로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물론이고, 씨씨에스의 새로운 최대주주를 물색해야 할 곤란한 사정에 처했습니다.


김영우 이사 등의 해임은 이사회가 일반주주의 의결권을 얼마나 집결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지만, 총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기는 물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족수 부족으로 해임안이 부결되면, 이사회의 갈등이 지속되는 것보다는 양쪽이 화해를 하는 것이 최선이겠죠. 정부의 명령에 따라 지분을 넘겨야 하는 정평영∙권영완씨는 든든한 언덕이 사라진 셈이니 김영우씨 등과 다시 손을 잡는 게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씨씨에스 이사회는 설사 적대적 M&A로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더라도 이사회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도모했죠.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발행주식 총수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이사 해임 및 신임 이사 선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었죠. 총 14.01%(그린비티에스 7.05%, 퀀텀포트 6.96%)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정관변경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되기는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지분의 기반이 없는 이사들의 영구집권 의도에 찬성표를 던질 일반주주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정부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거의 절반의 지분을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에 넘겨야 합니다. 상환액의 절반을 주당 882원씩 쳐서 씨씨에스 보통주로 갚기로 했으니까요. 금액으로는 35억원, 지분율로는 현재 발행주식 수 기준으로 6.09%에 달합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지분율은 7.92%로 떨어지게 돼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다음 달에는 김영우씨가 50%를 출자한 W컨트롤조합을 대상으로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죠. 발행 후 1년이 지나면 김영우씨는 상당한 자기지분 또는 우호지분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죠. 씨씨에스 이사회 내부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다면 정평영씨 등의 입지가 매우 불안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씨씨에스는 이달말 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이익참가부사채 포함) 등의 발행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대폭 늘릴 예정이죠. 이 역시 정관변경이 필요해서 주총에서 통과될 지 장담할 수 없지만, 초전도체 이슈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바라는 일반주주들도 적지 않을 테니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씨씨에스가 전환사채 등을 대규모로 발행하게 되면 일반주주의 주식이 희석되는 부작용만 있는 게 아니죠. 물론 신규 발행되는 전환사채 등은 현 경영진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사모발행할 여지가 충분히 있지만,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금전관계로 뭉친 동지가 금전문제로 갈라서는 사례는 자본시장에서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아센디오와 다보링크, 광명길 역시 정평영∙권영완씨와 의기투합한 동지일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얼마든지 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일이죠. 아센디오와 다보링크는 둘 다 무자본 M&A 세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바뀌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확실한 지분이 없는 이사회의 경영권은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씨씨에스 이사회가 자신들의 적으로 판단되는 최대주주가 등장했을 때 이사 해임 및 선임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려고 했던 건 어떤 최대주주가 등장을 하더라도 경영권을 확실하게 틀어쥐겠다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옵션은 여전히 아센디오, 다보링크, 광명길일 것 같습니다. 6.09%의 지분을 아센디오 등에게 넘기고 나머지 지분도 함께 넘기거나 또 다른 우호세력을 끌어들여 결속을 다져야 겠죠.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가 취득한 신주는 1년의 의무보유기간이 있지만, 정부의 처분 등 시정명령이 떨어진 이상 의무보유기간은 의미가 없으니 정부가 정한 기간 내에 지분을 넘기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센디오와 다보링크는 여러모로 불안한 동지입니다. 다보링크는 2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한 결손법인입니다. 아센디오 역시 결손법인이고 매출이 매년 감소하고 있어 영업기반이 불안합니다. 두 회사 모두 현금흐름 창출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자금투입이 필요하죠. 아센디오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웰바이오텍과 다보링크의 최대주주인 테라사이언스 역시 별반 나을 게 없는 회사들이고, 그 뒤에는 무자본 M&A  세력이 있습니다. 심지어 테라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반대매매로 지난 19일 지분을 거의 전부 잃은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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