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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로 맡긴 주식의 반대매매로 1년 남짓한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온 씨디에스홀딩스는 상장사 또는 비상장사 주식에 투자할 목적으로 2015년 설립된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 그 이름이 등장한 건 지난해 2월 테라사이언스 경영권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한 게 시작이죠.


테라사이언스 공시에 따르면, 씨디에스홀딩스는 2022년말 기준으로 자본금 4억원, 자산총액 3억여원인 초미니 회사이고, 최대주주는 지서현씨입니다. 지난해 11월 130억원으로 자본금을 증액했는데, 공시가 갱신되지 않아 최대주주가 여전히 지서현씨인지는 불분명합니다. 황봉하씨가 대표이사였다가 테라사이언스 인수도계약 후 지서현씨로 바뀌었고,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도 지서현씨가 맡았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의 핵심 인물, 황봉하∙지서현


자산총액이 3억여원인 회사가 차입금 195억원과 타법인 전환사채를 포함한 자기자금 205억원으로 테라사이언스를 인수했습니다. 갑자기 떼돈을 벌지는 않았을 테니 인수 직전에 2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조달이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증자 흔적이 자금조달은 차입일 겁니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어떤 회사의 전환사채를 매입했고, 남은 현금과 전환사채를 인수자금으로 썼나 봅니다. 모자라는 돈은 인수 목적물인 테라사이언스 지분을 담보로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납입합니다. 테라사이언스 인수는 전적으로 차입을 통한 인수, 무자본 M&A로 추정됩니다.



씨디에스홀딩스라는 이름은 테라사이언스 전 전 최대주주인 블루밍홀딩스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기 10일 전 바꾼 이름입니다. 그 전에는 와이앤지컴퍼니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와이앤지컴퍼니에는 김정근이라는 분이 사내이사로 있었는데, 지난해 1월 황봉하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씨디에스홀딩스로 상호가 변경되고 테라사이언스 인수계약을 합니다. 하지만 황봉하씨는 딱 2개월만에 대표를 사임하고, 테라사이언스 인수가 마무리된 시점에는 지서현씨가 대표이사를 맡습니다.


황봉하씨는 지난해 2월 모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씨디에스에스이라는 폐기물 처리업체를 테라사이언스를 통해 인수할 계획을 밝힙니다.  아마도 씨디에스홀딩스라는 이름은 씨디에스에스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씨디에스에스에스의 지분 또는 주식관련사채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씨디에스에스이는 2014년에 설립된 친환경 소각업체로 환경부의 정책과제 공인검사기관 실증시험에 통과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동국대 겸임교수인 채재우씨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씨디에스에스이는 자본금 3억500만원짜리 회사인데, 2022년 11월에 주식의 액면가를 1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하면서 발행 주식 수를 10배로 늘렸습니다. 임원진에는 변동이 없었습니다.


#이화그룹 주요 계열사 두루 거친 황봉하


씨디에스홀딩스의 전신인 와이앤지컴퍼니, 대표를 지낸 황봉하씨, 최대주주인 지서현씨는 자본시장에 화려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황봉하씨는 2016년 3월 유가증권 상장사 이아이디(사내이사)와 이화전기의 임원(미등기임원)에 취임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화전기는 이아이디의 최대주주였습니다. 황봉하씨는 이아이디에서 2년간 근무한 뒤 사임하지만, 이화전기에서는 2019년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입성합니다.



이화그룹은 실질 소유자인 김영준 회장 등의 수 차례 배임∙횡령 혐의, 지분 허위 거래, 각종 세금의 상습체납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요. 지난해 5월 이후 주권 거래가 정지됐고 지난 21일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3사 모두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이화그룹에 근무하는 동안 황봉하씨는 이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의 대표를 겸임했습니다. 제이씨스퀘어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인데, 김영준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화그룹 소속사와 실질 주주 등의 자금을 운용했던 곳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은 외감법인이 아니어서 재무제표가 공개되지 않는데요. 2016년에 설립해 2020년까지 매년 계열사, 오너 일가, 투자조합 등으로부터 차입을 하고 매년 적자를 냅니다.


그런데 그 적자가 주로 스페이스홍콩이라는 해외 페이퍼컴퍼니에서 발생합니다. 2020년 이인베스트먼트의 홍콩 자회사는 무려 180억원의 적자를 내고 242억원이던 자산이 46억원으로 줄어듭니다. 부채는 207억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김영준 회장이 구속됐을 때 혐의 중 하나가 해외직접투자 신고 의무를 위반해 스페이스홍콩을 통해 173억원을 유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휴센텍의 과거에 함께 등장하는 황봉하∙지서현


2020년 2월 황봉하씨는 코스닥 상장사 유니맥스글로벌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된 디알인터내셔날의 대표로 변신합니다. 유니맥스글로벌은 2018년초 스팩과 합병해 상장한 후 아주 험난한 길을 걷습니다.  한글과컴퓨터의 손자회사격이었으나 미래에프앤지, 리카이코리아, 엘아이, 디알인터내셔날 등으로 1년에도 여러 번 최대주주가 바뀌고 그때마도 회사 이름도 바뀌었죠.


유니맥스글로벌은 디알인터내셔날에 인수된 뒤 이디티로 상호를 변경했고, 지금은 휴센텍이란 상호를 쓰고 있습니다. 휴센텍은 지난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주권거래가 정지되어 있고,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니맥스글로벌을 인수한 디알인터내셔날은 테라사이언스를 인수한 씨디에스홀딩스와 많이 닮았습니다. 자본금 1억원의 초미니회사인데 수백억원을 동원해 상장사를 인수하고, 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원이 수시로 바뀝니다. 실제 주인이 누군지 안갯속입니다.


결정적으로 씨디에스홀딩스와 마찬가지로 황봉하씨와 지서현씨가 핵심인물이라는 점이 같습니다. 2020년 2월 6일 유니맥스글로벌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대상자를 디알인터내셔날로 교체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게 됩니다. 이날 디알인터내셔날의 대표 겸 최대주주(100%)가 지서현씨였습니다.


그런데 주금 납입일인 2월 14일 디알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는 이종명, 최대주주는 이화전기(100%)로 바뀌어 신고됩니다. 지서현씨 지분이 이화전기로 넘어간 것이죠. 이때 디알인터내셔날의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습니다.



디알인터내셔날의 유니 인수에 이화전기와 이아이디도 동참합니다. 이화전기는 기존 주주의 구주를 장외에서 매입하고, 이아이디는 유니맥스글로벌이 신규 발행한 사모사채를 단독 인수하죠. 디알인터내셔날은 특수관계자인 이화전기와 이아이디를 합해 40.95%(잠재지분 포함)의 지분으로 최대주주가 됩니다. 디알인터내셔날에 유상증자 대금을 빌려준 곳은 이화전기입니다. 실질 인수주체는 이화전기였던 셈입니다.


디알인터내셔날은 지서현씨의 출자로 2019년 설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디알인터내셔날이 유니맥스글로벌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한 며칠 후인 2020년 2월 12일 사내이사 지서현씨가 사임하고 이종명씨가 취임합니다. 그런데 이종명씨는 하루만에 그만 둡니다. 대신 황봉하씨가 등판하는데, 휴센텍 인수자금이 납입된 직후 해임됩니다. 취임 후 3일 만이었습니다.


이때 디알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는 이화전기(100%)였을 텐데요. 전 최대주주 지서현씨가 이창근, 신경섭씨와 함께 다시 이사진에 합류해 대표이사를 맡습니다. 하지만 세 분 모두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둡니다. 현재 디알인터내셔날의 사내이사는 2022년 8월에 돌아온 황봉하씨입니다.


유니맥스글로벌에서 상호를 변경한 이디티에는 당시 이화전기 총괄사장 소명섭씨를 포함해 이화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이사진에 대거 들어오고, 황봉하씨는 상무이사(미등기)로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합니다. 지서현씨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지서현씨는 단순히 이화그룹의 유니맥스글로벌에 활용된, 그리고 이화그룹에 협조한 회사의 대표였을 뿐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서현씨는 이화그룹보다 앞서 유니맥스글로벌에 손을 댔고, 리튬플러스의 2대 주주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화전기로부터 이디티를 인수해 휴센텍으로 바꾸고 남편 박정규(회장)씨와 함께 부회장으로 군림하며 회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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