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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가 사라진 테라사이언스는 지난달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임 이사 3명(사외이사 1명 포함)을 선임했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아직 교체되지 않았죠. 사라진 최대주주 씨디에스홀딩스의 대표 지서현씨가 여전히 테라사이언스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서현씨가 이끄는 경영진은 다른 코스닥 상장사 다보링크를 인수한 뒤 정평영∙권영완씨에게 씨씨에스 인수자금을 빌려주었죠. 그런데 정작 테라사이언스의 다보링크 인수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습니다. 인수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보링크를 통해 씨씨에스 인수자금을 공급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테라사이언스의 다보링크 인수가 종결되는 날이 어쩌면 다보링크의 최대주주가 다른 곳으로 변경되는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테라사이언스가 중도금을 지급하고 입고되는 다보링크 주식 상당액을 되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라사이언스가 양수하기로 한 다보링크 지분은 34.52%에 달하지만, 이달 11일 예정된 잔금 지급이 이루어지면 지분율이 오히려 9.59%까지 떨어질 예정입니다. 어쩌면 최대주주가 바뀔 지도 모릅니다.


테라사이언스가 다보링크 이전 최대주주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건 지난해 11월 23일이었죠. 정확히는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이 다보링크 최대주주와 맺은 양수도계약의 양수인 지위를 넘겨받은 날입니다.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은 계약금 외에 중도금과 잔금을 조성할 계획조차 없이 다보링크 주식양수도계약을 맺었습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올해 1월 18일까지 모든 양수대금을 지급하고 다보링크 지분 32.76%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었습니다. 취득이 완료되면 테라사이언스의 지분율은 이미 보유 중이던 4.79%를 더해 37.55%가 되어 새로운 최대주주에 등극할 예정이었죠. 기존 최대주주의 나머지 지분 약 4.5%는 볼레로투자조합이 양수하기로 했습니다. 양수대금으로 테라사이언스는 290억원이, 볼레로투자조합은 40억원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1월 18일까지 테라사이언스가 치른 주식양수대금은 218억원, 확보한 지분은 24.64%에 불과했습니다. 잔금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겁니다. 결국 주식양수도계약이 수정되어 잔금지급일을 연기했죠. 그런데 그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잔금 지급일이 돌아올 때마다 일부 대금만 치르고 최종 지급일자를 늦추어 왔습니다. 그렇게 새로 정해진 잔금 지급일이 이달(4월) 11일(수정 계약서상 잔금은 약 18억6000만원)입니다.


테라사이언스가 잔금 지급을 연기하는 동안 함께 인수에 나섰던 볼레로투자조합은 조합자금 조성에 실패했는지 양수주식 수를 당초의 절반인 97만주로 낮추었고, 그 만큼 테라사이언스의 자금 부담은 290억원에서 310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주식양수도계약을 맺을 당시 테라사이언스가 다보링크 지분을 인수하는 데 들어갈 총 예상 금액은 일부 장내매수에 들어간 돈까지 합쳐 342억원이었고, 회사는 전액 자기자금(보유 현금)으로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테라사이언스에게 그만한 보유 현금이 있었을까요? 회사는 지난해 만기전 전환사채 재매각(74억5000만원)과 교환사채 발행(148억원) 등의 자금조달 활동으로 9월말 현재 325억원가량의 현금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가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에 나설 에정이었죠. 지난해 초 경영권을 인수할 때 했던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증자는 원래 예정일인 4월을 훌쩍 넘겨 10월에야 이루어졌고 규모도 40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이루어졌습니다. 그 바람에 다보링크 지분 인수대금 마련이 매우 빠듯해졌을 겁니다. 실적이 좋은 회사라면 영업으로 돈을 벌어서 충당할 수 있었겠죠.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잠정 실적으로 봐도 테라사이언스의 지난해 성과는 매우 부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테라사이언스는 회사 사정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보링크 인수를 진행해 왔습니다. 최대주주는 약속했던 유상증자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회사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감사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는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되면서 대부분 지분을 잃었고, 그로 인해 테라사이언스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었죠.


최대주주가 불분명한 회사로 전락해 경영권이 불안해졌습니다. 다보링크 인수를 추진한 경영진의 동력이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쩌면 주주총회에서 기존 경영진이 퇴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죠. 만약 외부감사 결과 적정의견을 받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테라사이언스는 다보링크 주식을 양수하자마자 되팔고 있습니다. 자금이 부족해서 파는 것인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만 예사로운 행보는 아닙니다. 비앤프유니조합 외 4인과 지난 2월에 계약을 맺고, 2월에 두 차례, 3월에 한 차례 등 세 차례 다보링크 주식을 처분해 약 33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3월 12일에는 또 다른 투자자들에게 다보링크 주식 125만주를 27억5000만원에 팔았습니다. 테라사이언스가 중도금이 된 잔금을 지급하고 일부 주식이 입고된 날입니다. 결과적으로 다보링크 주식을 팔아 다보링크 주식매입 중도금에 보태고 있는 셈입니다.


테라사이언스가 처분하는 다보링크 주식은 총 850만주이고, 금액으로는 181억원에 이릅니다. 양수하는 주식과 금액의 절반을 크게 넘어섭니다. 처분이 완료되는 날은 이달 11일로 약 120억원의 양도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날은 테라사이언스가 다보링크 지분 양수대금의 잔금을 지급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예정대로 지분을 처분하고 나면 테라사이언스의 다보링크에 대한 지분율은 9.59%로 크게 하락합니다. 테라사이언스에게서 다보링크 주식을 사가는 비앤프유니조합(외 4인)보다 낮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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