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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화장품업체 디와이디, 식음료 유통업체인 유가증권 상장사 웰바이오텍, 국내 토목건축사업 면허 1호 건설사인 삼부토건은 모두 대양산업개발 이일준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거니 있었던 회사입니다. 삼부토건의 최대주주가 디와이디이고, 디와이디의 최대주주가 이일준 회장이죠. 이일준 회장은 웰바이오텍을 2022년에 매각하고, 디와이디를 통해 삼부토건을 인수합니다.
공교롭게도 세 회사는 모두 자본시장법상 제출기한인 4월1일까지 2023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외부감사인들은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에 대해 주요 감사자료를 제출받지 못해서 감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사유를 밝혔습니다. 특히 디와이디의 외부감사인은 관계기업투자주식에 대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죠. 여기서 관계기업은 삼부토건을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만약 세 회사가 주요 감사자료 제출을 계속 지연하거나 제출한 감사자료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 외부감사인은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줄 수 없게 됩니다. 그로 인해 의견거절이 될 경우 그 회사는 상장폐지 후보가 되겠죠. 그 회사가 삼부토건이라면 디와이디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삼부토건은 대규모 자금조달 및 자본확충을 추진 중입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달 11일 1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고, 디와이디가 신주 전량을 인수할 예정입니다. 감사완료 전 재무제표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지난해 108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그로 인해 결손금이 무려 2058억원에 달합니다. 자본총계(1050억원)가 자본금(2043억원)의 절반을 약간 넘는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웰바이오텍은 이일준 회장이 자신의 회사인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를 통해 최대 지분을 소유하던 곳인데, 지난해 6월 온세텔링크(현 더엘텔링크)로 최대주주가 변경되었고,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의 지분은 헬레나투자조합이라는 곳으로 매각되었죠. 최대주주가 바뀐 웰바이오텍은 투자조합(티디엠투자조합2호)을 통해 엔터테인먼트회사 아센디오를 인수했고, 아센디오는 정평영∙권영완씨의 회사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초전도체 테마주 씨씨에스의 지분을 간접 취득했습니다.
더엘텔링크는 웰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1255원에 신주를 인수했고, 헬레나투자조합은 이일준 회장의 회사들로부터 구주를 주당 3823원에 매입했습니다. 그런데 더엘텔링크와 헬레나투자조합의 정체가 불분명한 구석이 있어 이일준 회장이 완전히 손을 털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더엘텔링크가 최대주주가 된 후 웰바이오텍은 구세현씨와 한승일씨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되는데, 구세현씨는 이일준 회장이 세운 대표이고, 한승일씨는 더엘텔링크의 대표였습니다. 지분을 매각한 최대주주측과 새로운 최대주주측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구조였던 셈이죠.
이달 1일 웰바이오텍의 대표이사가 김한국씨로 교체되었습니다. 구세현씨는 임기만료로 사임했고, 한승일씨는 사임했습니다. 김한국씨는 이일준회장의 두 회사로부터 웰바이오텍 지분을 비싸게(?) 사준 헬레나투자조합의 대표조합원을 맡았던 분입니다.
헬레나투자조합이 아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해 7월 웰바이오텍의 지분을 매입하자마자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4.97%로 낮추었죠.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지분율 공시 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공시 의무에서 벗어났으니 나머지 지분을 처분했는지 여전히 보유 중인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처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짐작할 만한 이유는 있습니다.
헬레나투자조합은 운용자산 180억 2600만원으로 조성되었는데요. 지분을 매입할 당시만 해도 투자목적을 '단순투자'로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대표조합원이 웰바이오텍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네요. 헬레나투자조합의 조합원은 김한국씨(50%) 소순호씨(50%) 두 분인데요. 두 분이 출연한 돈은 각 100만원씩입니다. 조합의 운용자산 180억원은 전액 차입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조합의 차입금은 만기가 짧은 급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만기가 지났다면 웰바이오텍 지분을 처분해 갚거나, 웰바이오텍 지분으로 갚는 길밖에 없었을 겁니다.
헬레나투자조합은 이일준 회장 회사로부터 주식을 양수할 당시 180억원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헬레나투자조합의 진짜 주인이 200만원을 출연한 김한국∙소순호씨인지, 숨겨진 제3의 인물인지 알 수 없습니다. 김한국 신임 웰바이오텍 대표이사가 누군가의 대리인일 수도 있는 것이죠.
최대주주가 교체되던 무렵에 웰바이오텍은 거액의 자기전환사채를 매각했습니다. 2023년 4월에 27회차 30억원, 6월에 28회차 10억원, 7월에 27회차 20억원, 28회차 100억원, 31회차 30억원(이상 액면 기준) 등 총 190억원에 달합니다.
웰바이오텍이 매각한 자기전환사채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상태였고, 전환가액은 1537원(31회차), 1095원(28회차), 1056원(27회차)이었고, 웰바이오텍 주가는 최대주주 변경 이슈에 힘입어 지난해 7월말 52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죠.
웰바이오텍의 자기전환사채를 매입한 곳은 단 한 곳으로 와이즈퍼시픽홀딩스라는 비상장사입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가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보유했다면, 현재 웰바이오텍의 발행주식 수를 기준으로 지분율이 18.4%에 달합니다. 최대주주인 더엘텔링크의 지난해 9월말 현재 지분율(6.38%)을 압도합니다.
웰바이오텍의 전환사채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엘텔링크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한 후 발행주식 수가 7700만주가량이었고, 이후 증자나 주식분할을 한 적이 없는데 현재 발행주식 수는 9092만주에 달하거든요. 또 현재 웰바이오텍의 미상환전환사채는 2020년에 발행된 26회차 110억원과 지난해 2월 발행된 100억원 등 총 210억원뿐입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로 매각된 자기전환사채는 전액 상환되었거나 주식으로 전환되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대부분 매각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웰바이오텍의 최대주주는 더엘텔링크가 아닌 와이즈퍼시픽홀딩스가 되었어야 할테니까요.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지분율 공시를 해야 하는데,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한번도 공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수 차례에 걸쳐 매입한 전환사채가 쌓이기 전에 지체없이 매각해 지분율이 5%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했음을 시사합니다.
웰바이오텍은 이달 26일 100억원의 전환사채 발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 2021년부터 발행을 추진한 29회차와 30회차 각 50억원씩인데요. 인수자는 와이즈퍼시픽홀딩스(50억원)와 로버홀딩스(50억원)입니다. 처음 발행을 추진할 때부터 인수자였습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2018년 이일준 회장이 웰바이오텍을 인수할 때부터 함께 했던 회사입니다. 이일준 회장이 대양디엔아이(당시 디에이에셋)와 씨엔아이를 앞세워 웰바이오텍의 281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할 때, 와이즈퍼시픽홀딩스도 20억원의 신주를 떠안죠.
이일준 회장이 실질 최대주주이던 시절, 웰바이오텍 사업보고서에는 와이즈퍼시픽홀딩스와 로버홀딩스가 '기타의 특수관계자'로 등장합니다. 웰바이오텍과 직접적인 특수관계는 아니지만, 한 다리 건너면 특수관계자가 된다는 건데요. 당시 실질 주주인 이일준 회장이나 대표이사인 구세현씨와 관계가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웰바이오텍의 내부감사가 조사한 결과 대표이사 또는 가까운 가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질적으로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로 확인되었습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이일준 회장이 디와이디를 통해 삼부토건을 인수하는 과정에도 등장합니다. 이일준 회장은 디와이디(320억원), 대양디엔아이(200억원), 씨엔아이(180억원) 등 총 700억원에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을 매입하는데요. 디와이디는 삼부토건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기전환사채 400억원어치를 매각했고, 이 전환사채를 매입한 곳이 바로 와이즈퍼시픽홀딩스였습니다.
와이즈퍼시픽홀딩스가 이때 인수한 디와이디 전환사채는 지분율 30%를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이일준 회장의 당시 지분율은 12.07%였죠. 와이즈퍼시픽홀딩스는 전환사채를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했지만 이 때도 최대주주가 변경되지도 않았고 5% 이상의 지분공시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환한 주식을 모두 처분했을 것으로 추정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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