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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과 광무, 중앙첨단소재의 관계는 엔켐의 기업공개 전부터 맺어졌습니다. 엔켐은 기업공개 전인 2021년 5월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데, 이때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 중에 최기보 사단이 참여했죠. 전환사채는 7회차 190억원, 8회차 60억원, 9회차 50억원으로 나누어 발행되었는데, 지난 3월말 현재 미상환 잔액 180억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엔켐이 그 전에 발행한 전환사채는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환되었고, 상장 당시에는 7~9회차 전환사채만 존재했습니다.


전환사채 만기가 지난달이었으니 지금은 미상환 잔액이 없을 텐데요. 전환가액이 2만6703원에서 2만8500원 사이로 현재 주가의 10분의 1 정도였습니다. 전환한 주식을 매각했으면 무려 1000%의 수익을 얻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7~9회차 전환사채의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가 2022년 11월 이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엔켐의 7회차 전환사채 190억원을 총액인수한 곳은 미국법인 Arena Global SK SPV인데요. 국내 상장사들이 전환사채 등을 발행할 때 종종 이용하는 곳으로 사실상 장부상회사로 보면 됩니다. 증권사나 투자조합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뒤 셀다운하거나 조합원에게 배분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Arena가 인수한 7회차 전환사채 중 40억원은 더파운더즈(20억원), 정인파트너스(15억원), 지에스엠홀딩스(5억원)으로 셀다운되었습니다. 8회차 전환사채는 포커스자산운용의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이 인수했는데, 포커스자산운용은 엔켐의 오래된 주주였습니다. 9회차 전환사채는 케이프투자증권에서 인수했죠. 7~9회차 전환사채 모두 권면총액의 40%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오정강 대표측에서 갖고 있었습니다.


Arena가 전환사채를 셀다운한 곳 중 지에스엠홀딩스는 스카디홀딩스의 대표인 임지원씨가 대표자로 있는 곳으로 스카디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엑시옴파트너스(구, 세이첨밸류아시아파트너스)가 출자해 설립한 곳이죠. 엑시옴파트너스는 오정강 대표의 아틀라스팔천이 광무에 1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자금을 빌려준 그 곳이고, 최기보씨가 설립한 회사죠. 최기보씨 후임인 강민수씨가 2019년 9월부터 계속 대표로 있습니다.


지에스엠홀딩스는 스카디홀딩스와 마찬가지로 과거 리더스기술투자(현 플루투스), 광무, 중앙디앤엠 등의 전환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에 자주 등장했던 이름이죠. 2020년 8월에는 한종희씨의 회사 HJH홀딩스가 센트럴바이오(현 중앙첨단소재)로부터 바른테크놀로지(현 광무)의 주식 400만주를 장외매수할 때, Arena Global SK SPV로부터 광무 전환사채 권면 20억원을 장외취득하며 힘을 보탰죠.


또 2020년 9월에는 코스닥상장사 더코디(구, 코디엠)가 발행한 7회차 전환사채 75억원어치를 인수하는데요. 이때 지에스엠홀딩스의 특수관계자로 더코디의 5회차 전환사채를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한 ㈜스케줄이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최기보씨의 맥쿼리증권 동료이자 서울대학교 1년 후배인 변은창씨였고, 대표는 엑시옴파트너스 대표 강민수씨였죠.


7회차 190억원 중 약 116억원은 2022년 11월 1일과 2일 2만6703원에 약 43만3000여주의 주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이날은 오정강 대표가 전환사채에 대한 콜옵션 행사 권리를 자신이 100% 출자해 설립한 와이어트그룹으로 넘긴 날입니다. 콜옵션 권리자가 변경되지 않은 60%의 전환사채가 대부분 주식으로 전환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2022년 11월 주식으로 전환된 116억원의 전환권 행사자가 누구인지는 공시되지 않아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일부 행사자가 드러납니다. 바로 중앙첨단소재의 자회사격인 상지건설(구, 상지카일룸)입니다. 상지카일룸은 오정강 대표의 콜옵션 권리가 와이어트그룹으로 넘어간 2022년 11월 1일 7회차 전환사채 권면 32억원을 85억원에 취득합니다. 관계사인 에이스바이오메드에 대한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해 그 대신 콜옵션 권리를 받았죠.


에이스바이오메드는 상지카일룸이 2020년 4월에 경영참여 목적으로 전환사채 100억원을 취득한 후 주식으로 전환해 최대주주가 된 회사인데요. 상지카일룸으로부터 90억원을 차입했합니다. 2022년 6월에 사업을 양도할 예정이었는데, 양도자산이 상지카일룸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잡혀 있었나봐요. 사업양도를 위해 상지카일룸이 담보를 풀어주는 대신 받은 게 엔켐 7회차 전환사채 190억원 중 37억원의 전환사채에 대한 옵션계약 중 32억원에 대한 콜옵션 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권리를 에이스바이오메드가 보유하고 있던 게 아니고, 엑시옴파트너스가 에이스바이오메드 대신 상지카일룸에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Arena가 총액인수한 190억원 전환사채의 콜옵션 행사 권리를 오정강 대표가 엑시옴파트너스에 넘겨주었던 모양이죠? 엑시옴파트너스가 광무를 인수할 자금을 아틀라스팔천에 빌려주었으니 이해가 됩니다.



광무는 32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85억원에 취득한 뒤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바꾼 곧바로 전량 처분했습니다. 그런데 취득가와 처분가가 85억원으로 같습니다. 심지어 부대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처분액은 71억원으로 오히려 14억원 가까운 손실을 봤습니다. 당시는 엔켐 주가가 본격 상승하기 전이라 10만원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상지카일룸의 대주주가 중앙첨단소재였고, 중앙첨단소재의 최대주주가 엔켐이었던 때라는 걸 감안하면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오정강 대표는 자본금 1억원으로 와이어트그룹을 설립한 후 어딘가로부터 170억원을 빌렸다 해를 넘기지 않고 상환했고, 32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해 엔켐의 전환사채와 주식 등을 취득하는데 약 280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전환사채 취득에 사용한 게 104억원 정도이고 엔켐 주식 취득에는 177억원가량을 사용했습니다.



와이어트그룹이 보유한 엔켐 주식은 지난해말 현재 840억원으로 불어났고, 지금은 시가 기준으로 무려 3000억원에 달합니다. 104억원을 들여 취득한 전환사채도 전환가액이 2만7000원선이니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이 발생했을 텐데요.


와이어트그룹은 지난 4얼 약 36만5000주에 대한 전환권을 포기했고, 똑 같은 규모의 주식을 전환권 행사로 취득했을 뿐, 나머지 142만주에 해당하는 전환사채에 대해서는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환기간과 만기가 이미 지났으니 전환사채는 상환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식전환되었으면 약 140만주에 달하는 물량이고 현재 시세로 따지면 4000억원이 넘는 규모인데, 왜 포기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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