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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의 경영권 지분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옮기는(?) 분할합병 계획이 지난 22일 확정되었습니다. 분할합병을 결정한 과정과 기업가치 평가에서 투명성과 합리성을 강화하라며 두산그룹을 압박하던 금융감독원이 침묵하면서 두산그룹이 새로 제출한 신고서의 효력이 지난 22일자로 효력을 갖게 되었죠.
그동안 금융감독원과 시민단체, 두산에너빌리티의 소액주주들이 문제를 삼은 것은 두산밥캣 지분 인적분할 자체가 주주의 이해에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과 두산밥캣 지분가치의 저평가 가능성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두산밥캣 지분의 인적분할이 재무적인 측면에서 두산에너빌리티에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두산밥캣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 캐시카우이거니와 인적분할이 아닌 지분 매각을 선택했더라면 관련 차입금을 갚고도 회사에 2조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되어 향후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재원 조달에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두산밥캣 지분과 관련차입금을 인적분할해 법인을 설립한 뒤, 그 법인이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해 관련 차입금을 상환한다고 해 보죠. 상장사인 두산밥캣의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거래되었을 것이고, 두산그룹이 책정한 대로 시장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 43.70%를 더한 주당 7만 2729원을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상장주식을 파는 것이니 자산가치가 얼마고 수익가치가 얼마인지 따위를 따지지 않았겠죠.
이때 신설법인에 유입되는 현금은 3조 3584억원이고, 관련 차입금 등을 갚고 나면 회사에는 부채가 전혀 없이 현금만 2조6235억원이 남게 됩니다. 현금만 있는 회사의 기업가치는 그 현금의 규모일 테니 2조 6235억원이 분할신설법인의 기업가치가 됩니다. 이를 발행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3만5382원이 됩니다. 두산로보틱스가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로 매긴 값과 동일한 값입니다. 이런 식으로 매각하면 괜히 자산가치를 개입시켜 가격이 하락할 일이 없습니다.
두산밥캣 지분과 관련 차입금을 처분하는 가격이 그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매각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매각 방식에 따라 평가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이상한 것입니다. 똑같은 주식을 매각하는데, 평가방법이 다르다고 가격이 달라진다면 평가방법에 따라 이익을 보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가 나뉜다는 뜻이 됩니다.
두산로보틱스는 분할신설법인의 주식가치를 평가하면서 신설법인이 두산밥캣 주식만 보유한 사실상의 지주회사이니, 신설법인의 주식가치는 두산밥캣 주식의 시가에 근거해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그렇다면 두산밥캣의 경영권 지분의 가치는 당연히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주가로 평가해야 마땅하겠죠. 가치평가가 복잡할 것도 없고 논란이 있을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신설법인의 합병가액은 주당 3만 5382원이 아닌 주당 2만 9965원이 된 걸까요?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이라서 공정한 시장가격이 없으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현 법률 시행령 제 176조의 5 제1항 규정에 따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해 구하는 이른바 본질가치법을 형식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모두 두산밥캣의 주가에 근거해 평가하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자산가치에는 적용하지 않고 수익가치에만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은 장부상 회사(Paper Company)입니다. 비유하자면 두산밥캣 지분과 관련 차입금을 담은 상자 또는 포장지와 같습니다. 분할신설법인의 합병가액이 주당 3만 5382원이 아닌 주당 2만 9965원이 된 것은 포장이 되기 전에는 주당 7만 2729원(경영권 프리미엄 반영)인 두산밥캣 주식이 포장 후에는 주당 6만4030원(수익가치에만 경영권프리미엄 반영)짜리가 된 셈입니다. 분할 전에 2조 6235억원이던 순자산이 분할 후에 2조 2218억원으로 가치가 하락했다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두산그룹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두산밥캣 지분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적습니다. ‘피합병법인이 보유한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주주 지분 가치 산정시에 두산밥캣의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법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이 수익가치를 구할 때는 적용이 되고, 자산가치를 구할 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논리적 일관성이 없죠.
자산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자산가치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상장주식의 경우 장부가액과 현재의 주가가 다를 경우 현재의 주가로 계산하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그 방식을 그대로 따라 계산했으니 ‘법이 하라는 대로’ 한 겁니다.
그런데 시행령의 계산방식은 장부가액을 공정가액으로 바꾸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일 뿐, 그 계산방식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어야 한다는 취지는 아닐 것입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자산가치를 구할 때 반드시 제시방법대로 해야 한다거나 경영권 지분에 대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 주가로 해야 하다는 말이 없습니다.
신설법인의 자산가치가 두산밥캣의 지분가치이고 두산밥캣 지분이 경영권 지분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여된 두산밥캣의 지분가치가 신설법인의 자산가치가 되는게 공정하고 타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이 제시한 계산방식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바람에 신설법인의 주주, 즉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가 전혀 달랐죠. 통상 인적분할을 할 때 분할비율은 장부상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니다. 두산그룹도 처음에는 관행에 따라 장부가액대로 분할비율을 정했다가 나중에는 두산에너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가에 따라 분할비율을 다시 계산했습니다.
주가를 기준으로 분할비율을 정한 건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최초의 사례입니다. 매우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증권신고서는 ‘분할비율을 핵심자산 등의 시가를 반영하는 방식도 실질적인 공정가치를 적절히 반영하고 주주입장에서 이해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분할비율은 신설법인 주식의 가치평가를 크게 바꿉니다. 하지만 주주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죠. 분할비율이 달라진다고 신설법인의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고, 분할비율이 올라가면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수가 늘고, 분할비율이 하락하면 더 적은 주식을 발행하게 될 뿐이기 때문에 1주당 가치는 달라지지만 주주간 부의 이전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분할비율 방식을 장부가액이 아닌 주식의 시가 방식으로 교체했습니다.
여기에서도 두산밥캣 주식의 가치에는 경영권프리미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분할비율을 산정할 때 두산밥캣 주식의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했다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받게 되는 신설법인 주식 수는 늘었을 테고, 최종 합병가액은 그에 비례해 낮아졌을 것입니다. 주주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죠.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은 신설법인 가치 평가에서 수익가치에만 반영되는 보조적인 개념이 아니라 합병가액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신설법인이 두산밥캣 주식을 경영권 지분으로 이전받는 것이 되고, 그렇다면 그 지분은 자산가치이든 수익가치이든 경영권 지분으로서 평가되는 게 합당할 테니까요.
두산로보틱스는 신설법인의 수익가치에 현금흐름 할인법 등을 반영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습니다. 상장주식은 주가로 평가하는 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현금흐름 할인법 등은 가정과 추정에 주관이 개입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죠.
수익가치를 현금흐름 할인법 등을 통해 구하지 않고 두산밥캣 주식의 시가에 근거해 평가한 것에 대해 두산로보틱스의 입장은 신설법인은 유일한 자산이 두산밥캣 지분인 사실상의 지주회사이고, 지주회사의 수익은 보유주식의 가치에서 나온다는 건데요. 반론의 여지가 많은 논리입니다. 신설회사는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부상 회사(SPC)일 뿐이지, 지주회사 역할을 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장부상 회사의 유일한 자산이 두산밥캣의 경영권 지분이라면, 그 지분은 단순한 주식이 아니라 ‘사업이나 영업 또는 회사 그 자체’를 의미하고, 그렇다면 수익가치는 배당 할인법이나 현금흐름 할인법에 따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유독 신설법인의 자산가치를 구할 때만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상장주식은 주가로 평가되어야 하고, 경영권 지분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산가치를 구할 때는 그 입장을 버렸습니다. 자산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시행령을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을까요?
수익가치에 배당 할인법이나 현금흐름 할인법을 반영하라는 것도 시행령의 규정입니다. 하지만 상장주식은 주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두산의 입장을 금융감독원은 결국 수용했죠. 거래를 결정한 과정이 투명하게 공시되고 가치평가에 대해 납득가능한 설명이 되었는지 여부가 금융감독원에게 중요한 것이지, 교환가격을 법대로 정해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죠. 자산가치를 구할 때 두산밥캣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했을 경우 금융감독원이 제지하지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간이 주식과 주식을 거래하는데 가격을 법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가격은 ‘공정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공정하게 결정되려면, 공정한 가격이 있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가격이 양쪽 모두에 있다면 그 가격으로 하면 되겠죠. 두산로보틱스는 상장주식이고, 신설법인의 사실상 유일한 자산인 두산밥캣 경영권 지분도 상장주식이니, 주가가 가격결정의 시작점이 되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신설법인이 비상장회사이니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해 가격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럴 경우에는 치명적인 불공정이 발생합니다. 상장사인 두산로보틱스의 가치를 결정짓는 주가와 비상장사인 신설법인의 가치를 결정짓는 이른바 본질가치법은 전혀 다른 평가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평가방법은 전혀 다른 평가결과로 귀결됩니다.
가치의 비교가 가능하려면 평가방법이 같아야 합니다. 일방의 가치를 주가로 평가하려면 상대의 가치도 주가로 평가되어야 하고, 일방의 가치를 본질가치로 평가하려면 상대의 가치도 본질가치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두산로보틱스 주식과 교환되는 신설법인의 가치를 본질가치법으로 구한다면, 두산로보틱스 주식도 본질가치로 평가되어야 마땅하죠.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자산가치는 주당 6737원입니다. 수익가치는 추정되지 않았으나 시장가격인주가가 두산로보틱스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객관적으로 반영한다면 두산로보틱스 주가인 8만114원을 주당 수익가치라고 볼 수 있겠죠. 이때 두산로보틱스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는 주당 5만763원이 됩니다. 기준시가로 정한 합병가액인 8만114원과는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죠.
하지만 자본시장법 시행령에는 상장주식을 기준시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자산가치보다 낮은 주가는 무시해도 좋다는 겁니다. 반대로 자산가치가 낮고 수익가치도 없는데, 주가만 턱없이 높은 기업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무시되죠.
이로 인해 합병비율과 관련한 시비가 종종 발생합니다. 자산가치가 매우 낮고 매년 적자만 보는데 주가만 높은 상장사와 자산가치도 높고 흑자기업인데 주가가 낮은 상장사가 합병할 때 그렇고, 돈을 못 버는 상장사와 돈을 잘 버는 비상장사가 합병할 때도 그렇습니다.
사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경영권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합병비율은 대세가 정해져 있습니다. 분할신설법인의 가치를 두산밥캣의 주가로 평가하든, 수익가치로 평가하든 합병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8만원대에 이르는 두산로보틱스의 주가 때문이죠.
주당 자산가치를 비교하면 분할신설법인이 월등이 높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수익가치를 현금흐름 할인법으로 추정하더라도 아마 현재 주가인 8만원선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산로보틱스가 적자기업이어서 당장 내년부터 실적이 대폭 흑자전환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한다는 매우 낙관적인 추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9월 상장할 때 공모 기준가액을 산출하기 위해 미래 순이익을 추정했는데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이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그 규모를 942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여기에 연 할인율 15%을 적용해 주당 891원의 순이익(EPS)를 구했고 38.31배의 PER을 곱해 주당 3만4136원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런데 두산로보틱스의 주당 합병가액 8만 114원은 매년 주당순이익이 1만 2000이 발생한다는 영구 현금흐름을 15%의 할인율로 할인해야 나오는 값이고, PER 38.31을 적용하면 주당순이익이 2091원이 되어야 가능한 주가입니다. 주당순이익이 1만 2000원이 되려면 약 78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야 하고, 주당순이익이 2091원이라면 1356억원의 순이익이 나와야 합니다. 지난해 9월 상장당시에 비해 현재 예상되는 두산로보틱스의 미래 이익창출능력이 월등히 높아졌어야 된다는 얘기죠.
하지만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가치는 ‘법 대로’ 주가에 따라 결정되었고, 신설법인 주식의 가치는 시행령에도 불구하고 현금흐름 할인법 등을 적용하지 않은 수익가치가 적용되었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선택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결국 기업가치 평가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 것은 불완전하고 공정하지 못한 자본시장법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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