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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 회장의 카리스와 하현 회장의 케이비국보가 최대주주이던 시절 국보의 경영실적은 엉망이었습니다. 골프의류업체 보그인터날 인수 효과로 연결기준 매출이 2020년에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만, 거꾸로 영업손실을 전년보다 10배가 많은 100억원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보의 본업인 물류업이 매출 감소 속에 적자가 커지고 있는데다, 보그인터내셔날을 비롯한 종속회사들도 전부 적자였습니다.


그 와중에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로 자금몰이를 해 신사업 진출과 M&A에 열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치료제 오파가닙 생산업체인 이스라엘 바이오기업 레드힐에 대한 지분투자와 오파가닙 라이선스 계약, 그리고 코스닥 바이오업체 EDGC와의 마스크사업 등입니다.


코로나19가 위력을 상실해 가던 2021년 11월 국보는 레드힐과 최대 1000만 달러의 지분투자 계약을 맺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선 500만달러(59억원 상당)를 투자합니다. 확보한 지분은 고작 1.73%였지만, 오파가닙과 헬리코박터균 치료제 탈리시아 등의 아시아 독점판매 라이선스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취득하는 게 목적이었죠.


실제로 2022년 3월에 150만 달러를 선지급하고 오파가닙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국보의 주가는 레드힐의 임상 소식에 따라 널을 뛰었죠. 하지만 대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오파가닙은 국내 판매승인을 받지 못했고 59억원에 취득한 레드힐 지분의 가치는 올해 9월말 현재 954만원이 되었죠.



뿐만 아니라 레드힐로부터 계약 위반으로 피소되어 과거 주식인수 계약과 라이선스 계약상 지급의무인 650만 달러에 150만달러의 이자까지 보태 800만달러(약 113억원 상당)를 물어주어야 할 판입니다. 미국 뉴욕주 대법원은 지난달 11월 레드힐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고, 오파가닙이 국내 판매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지급의무가 없다는 국보의 주장은 기각했습니다.


코로나19시기에 코스닥 상장 헬스케어 기업 EDGC와 시작했더 방역 마스크 사업도 미국에 2000억원 이상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지만 애드벌룬만 띄웠을 뿐이었습니다. 마스크 공급은 단 한장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난해 7월 모든 공급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무궁화신탁의 오창석 회장이 국보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된 건 약 2년 전인 2022년 11월입니다. 무궁화성장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무궁화성장1호)가 100 출자한 엠부동산성장1호 투자목적유한회사(이하 엠부동산성장1호)는 국보의 유상증자에 160억원을 출자해 단독 참여해 20.74% 지분율의 최대주주가 되었고, 지난해 1월 국보의 제15회차 전환사채 취득에 70억원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모두 유동화회사로 보이는 스토크제삼차주식회사에서 1년 만기로 차입한 완벽한 무자본 M&A였습니다.



그 후에도 추가 자금이 들어가기는 했습니다. 무궁화성장1호와 엠부동산성장1호의 업무집행을 맡고 있는 천지인엠파트너스가 지난해 9월 권면 70억원인 제14회차 전환사채를 80억원에 매입했고, 엠부동산성장1호가 올해 3월과 4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각각 40억원과 10억원 등 총 50억원을 국보에 출자했습니다. 하지만 천지인엠파트너스는 전환사채 인수 석달 후 발행사인 국보에 매각해 전액 상환받았습니다.


무궁화신탁의 계열사가 된 국보는 골프의류, 바이오제약, 마스크 등 적자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물류업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보그인터내셔날 매각도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엉뚱하게 천지인엠파트너스가 최대주주가 되어 있네요. 또한 전략적 투자로 국보를 무궁화금융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그립니다. 오창석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국보에 매각할 계획이었나 봅니다.


무궁화신탁 아래 국보의 성장전략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전략적 투자였습니다.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주로 꼽히는 삼부토건을 디에스티로봇이 인수하도록 도움을 주었던 무궁화신탁은 물류회사인 국보를 우크라이나에 진출시킬 계획이었던 것이죠. 전략적 투자는 M&A를 의미하는 것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엠부동산성장1호가 최대주주가 된 후 국보의 대표가 된 분이 천지인엠파트너스 대표 겸 케이리츠투자운용 이사회 의장 박찬하씨였고, 오창석 회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일원이 됩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사외이사 중 한 자리를 차지하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나 무궁화신탁 지주회사 계획은 결국 이분들의 아이디어였다고 볼 수 있죠.


엠부동산성장1호가 처음 국보에 투자한 유상증자대금 160억원 중 100억원은 M&A용 자금이었습니다. 국보 인수 전부터 어딘가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죠. 14회차와 15회차 전환사채를 잇따라 발행해 각각 150억원과 70억원도 마련했습니다. 그 돈으로 취득한 지분이 오션뉴웨이브신기술조합1호(이하 오션뉴웨이브1호)입니다.


국보는 엠부동산성장1호의 유상증자 참여가 있은 직후인 2022년 12월에 이미 오션뉴웨이브1호에 12억원을 출자했고, 지난해 1월에 150억원, 2월에 53억원 등 총 215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오션뉴웨이브1호는 코스닥 상장사 아이에스이커머스(현 엑시온그룹) 인수를 위해 만들어진 조합이었습니다. 단독 인수는 아니었고,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이 국보와 함께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섰고, 2개의 투자조합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아이에스이커머스를 인수하려던 건 셀피글로벌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금 문제가 생긴 것인지 인수자 지위 일부를 오션뉴웨이브1호에 양도했고 국보가 조합에 최대지분을 출자하면서 주포로 나섰습니다. 국보 외에 오션뉴웨이브1호에 출자한 곳이 더 있었습니다. 아이에스이네트워크와 클라우스홀딩스였죠. 아이에스이네트워크는 경영권 지분 매각의 당사자인 아이에스이커머스의 최대주주였습니다. 클라우스홀딩스는 바로 광무와 중앙첨단소재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최기보씨 등이 서울리거를 인수할 때 사용한 서울리거파트너스의 현재 이름입니다. 최기보씨의 맥쿼리증권 동료였던 변은창씨가 최대주주였고, 최기보씨의 측근인 강민수씨가 현재 대표로 있습니다.



처음 계획대로 되었다면 오션뉴웨이브1호는 아이에스이커머스의 최대주주가 되었을 것입니다. 주요 출자자인 국보가 경영권을 가질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조합에서 이탈이 발생해 거래 주식수가 줄게 되었고 오션뉴웨이브1호는 최대주주가 될 수 없었습니다. 조합 해산 후 각 조합원들이 자기 몫을 가져가면서 원래 주인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는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아이에스이네트워크는 올해 다시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지난 6월 이노파이안㈜이란 비상장사가 인수해 결국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1500만원, 자산총액이 7억원이었던 회사입니다.


신용카드 제작사인 셀피글로벌은 누적 적자에 시달리던 곳이었습니다. 2022년에는 매출 증가와 함께 99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적자의 고리를 끊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대혼란이 벌어집니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고 떠나고 자본금 5억원짜리 개인회사인 오름에프앤비라는 곳이 새로운 주인이 되더니, 불과 한달만에 역시 자본금 5억원인 로켓인터내셔널이라는 곳에서 경영권 지분을 무자본인수합니다.


그러자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 로켓인터내셔널에 맞서 경영권 분쟁을 벌입니다.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으로 이사와 감사 후보를 올리는 등 회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하죠.그 와중에 회사는 아이에스이커머스 인수를 추진했던 겁니다.


셀피글로벌은 2022년 외부감사 결과 감사의견이 거절되었습니다. 외부감사인은 회사가 종속회사를 설립해 출자와 자금대여 등을 했지만, 종속회사에 대한 자산의 실재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해서도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종속기업을 통해 발생한 자금 출금 절차에 흠결이 있었고, 이사회 개최나 의사록 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로켓인터내셔널은 지난해 3월 담보주식에 대한 반대매매로 지분을 전부 잃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셀피글로벌을 노린 기업사냥꾼 일당은 지난달 별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일당은 2022년 셀피글로벌 경영권을 장악한 후 주가부양에 실패하자 회삿돈을 횡령해 잠적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국보를 인수한 오창석 회장 등 경영진의 첫 M&A가 셀피글로벌을 무자본 인수한 기업사냥꾼과, 유명한 M&A전문가인 최기보씨 등과의 공동 작품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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