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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1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국내 비상장기업이 있습니다. 글람이라는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 진출 등을 목표로 스팩(SPAC)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 입성에 성공하고 지난해 3월 상호를 캡티비전코리아로 바꿉니다. 매우 이례적인 이 거래는 국내 여러 언론에 의해 보도되었고 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 광장의 성공사례로 홍보되었습니다. 글람은 비상장사임에도 주주가 수천명에 달했고 주주가 그렇게 많은 국내 기업이 미국 스팩과 한국의 상법에 따라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방식으로 합병한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글람은 세계 최초로 투명유리에 미디어를 재생하는 ‘G-글라스’를 개발한 회사로 소개되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죠? G-글라스는 코스닥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갑자기 몰락한 지스마트글로벌이 팔던 스마트글라스와 같은 제품입니다. 글람은 지스마트글로벌의 최대주주이면서 지스마트글로벌에 스마트글라스 독점 판매권을 주었던, 지스마트의 새로운 상호였죠.

지스마트에서 글람으로, 다시 캡티비전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이제 나스닥상장사인 Captivision Inc가 되었고, 최초의 최대주주였던 이호준씨는 개인명의의 지분이 전혀 없는 부회장으로 있습니다. 오랫동안 최대주주였던 김지연씨도 주주 명단에서 사라졌고, 임원 명단에 단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김형기라는 분이 언론에 회장으로 소개되고 있죠. 2018년 지스마트글로벌 경영권 지분을 435억원에 매각한 지스마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요?
지스마트글로벌 매각 후 지스마트의 경영진이 대폭 교체됩니다.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지스마트와 지스마트글로벌에서 부사장을 겸직하던 김경래씨가 사장으로 등기임원이 되고, 지스마트글로벌 감사이던 김윤수씨가 지스마트 감사로 이동합니다. IBK투자증권에서 M&A를 담당하던 김성은씨가 영입되고, 검찰수사관 출신 이성락씨가 사내이사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성락씨는 2012년 인공장기를 연구하는 회사인 엠씨티티바이오에 비상근 전무로 선임돼 대외협력을 담당하다 2015년 임기만료로 물러났는데, 지금의 바이오솔루션입니다.
이성락씨는 바이오솔루션 임기만료를 앞둔 2015년 3월 코스닥 상장사인 피씨디렉트 적대적 인수에 참전합니다. 당시 피씨디렉트는 최대주주인 서대식 대표이사가 이끄는 경영진과 지분 18.44%를 확보한 에이블투자자문이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성락씨는 에이블투자자문(현 얼바인투자자문)이 추천한 이사후보 중 1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에이블투자자문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을 팔고 있었습니다. 2014년말 20%가 넘었던 지분율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18.44%까지 떨어졌죠. 증권가에서는 에이블투자자문이 경영권 확보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합니다. 결국 주주총회는 기존 최대주주측의 승리로 끝났죠.
에이블투자자문은 사실 3년째 피씨디렉트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에이블투자자문의 전신이 스틸투자자문인데, 당시 대표인 권용일씨는 가구업체 팀스를 적대적 인수할 것처럼 위장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2014년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죠. 이후 사명이 에이블투자자문으로 바뀌었고, 대표이사도 이주석씨로 교체되었습니다.
이주석씨는 바로 지스마트가 매각한 지스마트글로벌의 대표이사가 되는 분입니다. 지스마트글로벌에 하늘빛 컨트리클럽 부동산을 매각한 에이아이비트(현 제이앤케이인더스트리)의 대표이사를 지낸 분이기도 하죠. 이성락씨는 바이오솔루션에 있으면서 에이블투자자문의 이주석씨와 인연을 맺어 피씨디렉트 적대적 M&A에 참여했고, 이주석씨가 지스마트글로벌을 인수한 후 지스마트글로벌을 매각한 지스마트로 이동했던 셈입니다.
여담이지만, 피씨디렉트는 그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에 계속 시달렸습니다. 에이블투자자문이 지분을 팔고 떠나자 유에스알이라는 회사가 나타나 최대 30%까지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까지 되죠. 유에스알도 각종 소송을 제기하고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펼치지만 기존 경영진에게 패배하며 경영권을 잡지는 못합니다. 유에스알은 지난 2022년 지분 전부를 장외매도합니다. 그런데 유에스알이 주주제안 이사후보로 내세웠던 인물 중에 에이블투자자문 이사이자, 에이블투자자문의 100% 주주인 유한회사 스틸앤코의 대표 공태현씨가 있었습니다. 공태현씨는 스틸앤코의 대표이자, 에이블투자자문과 유에스알의 이사였고, 이주석씨는 에이블투자자문 대표이자, 스틸앤코의 최대주주 에이블리의 대표였습니다.
이성락씨는 지스마트 이사로 선임되기 오래전부터 이호준씨와 알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스마트와 스마트글라스 독점판매 계약으로 지스마트글로벌의 매출이 폭증한 2016년초 지스마트의 최대주주 김지연씨로부터 약 2만8000주의 주식에 상당하는 전환사채를 매입하거든요. 피씨디렉트에서 에이블투자자문이 패퇴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의 일입니다. 또 2016년말에는 지스마트 이사회가 6000주의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내리는데, 9억6000만원 규모의 이 주식을 매입한 사람이 이성락씨였습니다.
이 당시 팬엔터테인먼트, 키이스트, 아우딘퓨쳐스 등이 지분을 투자했던 비상장 화장품업체 ㈜더우주가 있었는데요. 지스마트가 이 회사에 무려 100억원을 대여합니다. 더우주는 2018년 파티게임즈로부터 코스닥상장사 웰바이오텍을 110억원에 무자본 인수했다가 한때 삼부토건의 주인이었던 대양산업개발 이일준 회장이 그의 회사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를 활용해 웰바이오텍의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자, 인수한지 1년만에 지분을 처분하는 회사입니다. 더우주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이하준씨는 한때 이호준씨보다 지분율이 높은 지스마트의 최대주주였습니다. 하지만 금세 주요 주주 명단에서 사라지죠.

지스마트글로벌 매각대금이 유입되고 있던 2018년 11월 지스마트는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단행합니다. 435억원의 거금을 손에 쥐게 되었는데 추가로 자금조달에 나선 겁니다. 발행 다음날부터 바로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사채를 매입한 곳은 웨일제1호중소중견기업 엠엔에이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 웨일제1호M&A)라는 긴 이름의 사모펀드였습니다. 그리고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는 IBK투자증권 출신 김성은씨가 이 사모펀드의 부사장이었죠.
대략 600억원에 가까운 목돈이 생겼는데, 지스마트는 별로 쓴 돈이 없습니다. 2018년 12월에 코리아네트웍스라는 회사 지분 30.5%를 매입하는데 66억원을 썼고 150억원 정도의 차입금을 상환했죠. 코리아네트웍스는 지스마트글로벌의 최대 고객이던 회사입니다. 동시에 지스마트의 손자회사인 유림아이엔씨라는 건축공사업체의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2019년에도 딱히 거금이 투자된 곳은 없습니다. 2019년 2월에 바이오엑스가 설립되고 이호준 대표이사가 취임하는데, 바이오엑스에 출자를 하지도 않습니다. 쓸 돈이 필요해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게 아니라 돈이 들어온 김에 빚을 좀 갚았다? 그런 느낌입니다.
이후로도 나스닥에 상장할 때까지 설비투자를 하거나 타법인 주식 취득 등 지분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지스마트글로벌 매각 등으로 생긴 현금은 금융자산으로 바꿔 보유하다가 차입금을 갚는 데 썼습니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고 2021년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2023년말에는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현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현금화할 금융자산도 거의 소진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스마트의 실적이 매우 나빴습니다. 2019년 558억원으로 깜짝 증가했던 매출액은 이듬해 거의 3분의 1토막이 났고 이후로도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그 동안의 잉여금을 모두 까먹고 2021년부터는 결손법인이 되었습니다. 현상 유지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었는데, 미국 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고 하니,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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