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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엑시온그룹(구, 아이에스이커머스)는 올해 6월 이노파이안이라는 새로운 최대주주를 만났습니다. 기존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와 특수관계인 2인(한영과학, 삼안통상)으로부터 경영권과 보유주식을 298억원에 양수했고, 150억원 규모의 유상신주를 인수해 39.61%의 지분을 확보했죠. 이노파이안은 총자산 6억원대의 완전 자본잠식 기업이었는데, 경영권 지분을 시장가격의 3배 이상을 주고 사들였습니다. 시장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450억원에 가까운 인수대금을 구했고, 왜 200%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했는지 의혹이 생겼죠.
이노파이안은 298억원이 들어간 구주 인수로 지분율 20%를 확보했고, 150억원이 투입된 신주 인수로 지분율을 19.6% 끌어올렸습니다. 신주를 구주의 30%가 되지 않는 가격에 인수했기 때문이죠. 엑시온그룹의 주가는 장기간 3000원~5000원대에서 움직이다 2022년 1만2000원대까지 폭등했지만 그 이후로 끝없는 하락을 이어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새주인 이노파이안은 아직 경영권 지분에 대한 양수대금을 완납하지 않았습니다. 150억원의 신주인수대금은 차입을 통해 지불했지만, 구주 양수대금은 계약금 200억원 외 98억원이 아직 납입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9월말까지 잔금지급을 완료하기로 했지만, 11월말로 연기된 지급일에도 거래를 종결하지 못해 내년 6월로 재차 연기해 놓은 상태죠. 결국 아이에스이커머스(현 엑시온그룹) 인수는 아직 미완인 셈입니다. 이노파이안이 보유한 지분율이 39.61%로 공시되고 있지만, 감안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겠죠.
엑시온그룹은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에서 2001년 3월 ㈜위즈위드코리아로 분사된 회사입니다. 해외수입 대행 및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위즈위드(WizWid)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때 3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최근 3년 연속 매출이 급감하며 지난해 연간 46억원에 그쳤고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실적으로 봐서는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커녕 팔리기만해도 다행일 것 같았습니다. 양수도거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이전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를 비롯, 특수관계인(한영과학과 삼안통상)에게는 매우 흡족한 엑시트가 될 것 같습니다.
국보는 엑시온그룹의 2대 주주로 9월말 현재 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수관계자인 유콘파트너스의 보유 지분(2.2%)을 더하면 8.9%가 되는군요. 국보는 지난 2022년 12월 이후 215억원을 투자해 엑시온그룹 보통주 약 234만주를 취득했고, 이후 보유 주식 수에 변화가 없습니다. 국보가 당시 취득한 지분율은 9.6%였고, 매도인은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와 특수관계인들이었습니다.
국보가 엑시온그룹 지분을 취득한 후 대표이사 박찬하씨가 엑시온그룹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됩니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최대주주측 기존 경영진들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최대주주가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이죠. 애초에 계약이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에스이네트워크가 이노파이안에 지분을 매각할 당시에는 이미 경영권이 없었던 셈입니다. 게다가 새로 선임된 다른 이사들은 아이에스이네트워크는 물론 국보나 무궁화신탁과도 뚜렷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노파이안이 올해 엑시온그룹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이노파이안의 최대주주인 이승철씨가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이헌 각자대표는 사임했습니다. 박찬하씨와 함께 이사회에 입성했던 사내∙외 이사들도 사임했습니다. 이노파이안이 영입한 화제의 인물,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조원동씨는 선임 불과 2달만에 물러났죠. 그렇게 이사회가 물갈이되었지만 박찬하씨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에스이네트워크는 왜 2대 주주일 뿐인 국보에 경영권을 넘겼던 것일까요? 박찬하씨와 함께 엑시온그룹의 이사진을 구성했던 인물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이노파이안은 압도적인 지분율을 확보하고서도 국보와 경영권을 나눠 갖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자본잠식 기업이었던 이노파이안은 어떻게 45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요? 무언가 우리가 모르는 배경이 있지 않고서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 많습니다.
전후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2022년말 국보가 엑시온그룹 지분을 취득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엑시온그룹의 주가가 1만2000원대로 치솟던 때입니다. 당시 최대주주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와 특수관계회사들은 엑시온그룹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그 대상은 국보가 최대 출자자로 참여한 오션뉴웨이브신기술조합1호(이하 오션뉴웨이브1호)였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오션뉴웨이브1호가 엑시온그룹의 인수자였던 것도 아니었고, 국보가 오션뉴웨이브1호를 주도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다른 유력 투자자가 있었고, 국보와도 자금관계로 깊레 관련되어 있었죠. 또한 그 관계 속에는 엑시온그룹 현 대표이사이자 실질 주인이 된 이승철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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