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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글라스 제조업체 글람(현 캡티비전코리아)이 2023년 11월 나스닥에 상장하기 전 최대주주는 바이오엑스였습니다. 글람의 전신인 지스마트가 스마트글라스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지스마트글로벌 지분을 매각한 직후인 2019년 2월 음식물 쓰레기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설립되었죠. 바이오엑스의 첫 대표이사가 지스마트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이호준씨입니다.
지스마트는 삼안전휘라는 회사를 2012년에 이호준씨가 인수해 상호변경한 곳으로 이호준씨가 오랫동안 대표이사를 지냈죠. 처음에는 이호준씨가 최대주주였지만 2016년 처음으로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최대주주가 김지연씨(18.99%)로 보고됩니다. 공시로 보면 최소한 2015년말 이전부터 김지연씨가 최대주주였습니다. 하지만 지스마트의 감사보고서의 주석에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상당기간 이호준씨만 주요주주로 공시합니다. 알 수 없는 어떤 의도가 있었겠죠.
지스마트는 오랫동안 김지연씨가 1대 주주, 이호준씨가 2대 주주인 주주구성을 유지했습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115억원과 150억원의 전환사채가 발행되었는데, 지분율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였습니다. 발행이 되자마자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사채였고, 1대 주주를 위협할 수 있는 지분율이었습니다.
지스마트는 전환사채를 세 차례 발행했습니다. 첫 발행은 2015년 4월의 100억원 규모였는데, 자회사 격인 지스마트글로벌이 인수했다가 순환출자 문제로 2018년 2분기 중 매각했습니다. 이 사채의 만기는 2020년 4월이었는데, 2021년 11월로 연장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115억원 규모로 발행된 2회차 전환사채의 만기일이기도 했습니다. 3회차 전환사채의 만기일은 그보다 약 한달 빠른 2021년 10월이었습니다. 만기가 모두 몰려 있던 셈이었고, 극히 일부를 제외한 전환사채가 미전환된 상태였습니다. 2015년 이후 중요한 유상증자를 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지스마트의 주주 구성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2019년 2월 바이오엑스가 설립되고 이호준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지스마트는 김경래 대표 체제로 바뀌었고 이듬해인 2020년 글람으로 사명이 변경됩니다. 2021년말 드디어 대대적인 변화가 발생합니다. 1~3회차 전환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바이오엑스가 18.97%의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가 되고, 3회차 전환사채를 인수했던 웨일제1호중소중견기업엠앤에이 사모투자합자회사가 14.23%의 2대 주주가 됩니다. 이호준씨는 5.44%로 3대 주주가 되었고, 최대주주였던 김지연씨는 5% 이상 주주명단에서 사라집니다.
바이오엑스가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 처음 공시한 건 2021년 사업보고서인데, 전기말(2020년말)에 이미 1.35%(20억원에 취득)의 글람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 중 김지연씨의 보유 주식이 약 14만주 감소하는데, 바이오엑스에 매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이오엑스는 2021년중 135억원어치의 주식을 추가 취득합니다. 지스마트가 발행한 1회차와 2회차 전환사채를 인수해 주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오엑스가 글람의 최대주주가 되는 시기에 바이오엑스의 지분을 취득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인 유씨아이입니다. 유씨아이는 2019년말 이호준씨로부터 92억 9000만원에 30만주(14.13%)를 매입하기로 계약하는데, 실제로는 2020년 2월까지 85억원을 지급하고 12.93%의 지분을 매입합니다. 유씨아이는 바이오엑스의 재무적 투자자로 추정되는 태평양인베스트조합 외 8인이 보유하던 30.88%의 지분도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사들입니다. 태평양인베스트조합 외 8인은 비상장사인 바이오엑스 주주에서 상장사인 유씨아이의 전환사채권자가 된 거죠.

당시 유씨아이의 최대주주는 범LG가의 구본호씨와 구씨의 개인회사 판토스홀딩스로 약 23.3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대표이사인 김병양씨가 개인회사 머큐리어드바이저와 함께 7.33%의 지분을 소유한 2대 주주였습니다. 판토스홀딩스는 2019년 7월에 유씨아이의 최대주주가 되었는데, 그해 11월에 바이오엑스 지분 매입을 외한 외부평가가 시작됩니다. 바이오엑스 인수에 구본호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유씨아이가 투자한 곳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스마트네트웍스라는 비상장사에 출자해 지분 50%를 확보하고 종속회사에 포함시키죠. 그런데 지스마트(글람)에도, 지스마트글로벌에도 지스마트네트웍스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투자시기로 미루어볼 때 지스마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유씨아이에는 지스마트와 관계된 회사가 또 있습니다. 2018년에 지스마트가 지스마트글로벌을 매각한 직후 30.51%의 지분을 취득해 2대 주주가 되는 코리아네트웍스입니다. 지스마트글로벌의 스마트글로벌을 구입하던 최대 고객이자, 지스마트가 종속회사인 지프레임과 함께 100% 지분을 갖고 있던 손자회사 건축공사업체 유림아이엔씨의 주요 고객인 회사였죠. 유씨아이는 코리아네트웍스의 자회사인 자전거 대여업체 지모터스(2021년 유씨아이오토렌탈로 상호변경) 지분 100%를 30억원에 인수합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 바이오엑스, 지스마트네트웍스, 지모터스 인수가 모두 지스마트측과 이루어진 거래로 추정되죠.
2021년 7월 지스마트 이사이던 이성락씨가 바이오엑스 대표이사에 취임합니다. 2021년말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으로 바이오엑스가 글람의 최대주주가 된 직후인 2022년초 이성락씨는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납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표이사가 되는 분이 김형기씨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형기씨는 글람의 최대주주이던 김지연씨의 배우자였습니다. 김형기씨는 글람의 경영진에 참여하지 않지만 회장으로 군림합니다. 언론에서는 김형기씨가 글람의 실질 사주라고 보도합니다. 아내인 김지연씨를 대신 내세웠을 뿐 오래 전부터 글람을 실질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나스닥 상장시 글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김형기씨와 이호준씨를 바이오엑스와 글람, 두 회사의 공동 창업자로 소개됩니다.
바이오엑스의 실제 창업자가 구본호씨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는 2021년 유씨아이가 김형기씨 등 바이오엑스와 글람의 경영진을 사기 및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언론에 보도됩니다. 구본호씨가 지분을 숨긴채 관계사간 거래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린 뒤 UCI가 바이오엑스를 인수할 당시 지분을 팔아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당시 유씨아이의 주장이었다고 합니다. 맥락에 따르면 재무적 투자자인 태평양인베스트 외 8인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이 구본호씨가 실질 소유하던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 보도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바이오엑스 창업연도인 2019년말 현재 자본금은 약 106억원이었고 2021년말까지 추가 증자가 없었습니다. 구본호씨가 13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회사는 유씨아이였습니다. 구본호씨는 자산의 회사 판토스홀딩스와 함께 2019년 7월 13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로 유씨아이 최대주주가 되었고, 1년만인 2020년 7~9월 사이에 지분 전부를 매각합니다. 그런데 공시상으로는 지분을 매입한 금액과 매도한 금액에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바이오엑스의 주요 주주가 아니었고, 유씨아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차익을 챙기지도 못했습니다.
만약 바이오엑스 재무적 투자자들이 유씨아이에 매각한 지분이 실제로는 구본호씨측 소유였다면 상당한 차익이 발생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총 출자자금 106억원이었던 바이오엑스의 지분가치가 유씨아이로 매각될 때 650억원으로 평가되었으니까요.(2024년 11월 게시된 ‘온코펩∙바이오엑스, 당황스러웠던 가격’ 참고)
구본호씨가 지분을 팔고 떠난 후 유씨아이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고 바이오엑스 지분 매각에 나섭니다. 2021년(69억원)과 2022년(55억원)에 있었던 처음 두 번의 매각은 바이오엑스가 자기주식으로 취득하고, 바이오엑스가 보유하던 유씨아이 전환사채(27회차)를 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유씨아이가 상폐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바이오엑스에겐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씨아이는 30억원에 인수했던 유씨아이오토렌탈(지모터스) 지분도 8억원에 팔아치웁니다.
유씨아이의 지분 매각으로 바이오엑스의 주주구성도 바뀝니다. 2021년말 케이케이홀딩스라는 회사가 9.57%의 지분을 갖게 되고, 대표이사가 된 김형기씨가 0.59%의 지분을 확보합니다. 김형기 대표의 지분율은 2022년말 13.85%까지 올라가게 되고, 지분율이 더 높은 무궁화테크놀로지인포메이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최대주주가 됩니다.
케이케이홀딩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본호씨가 바이오엑스의 창업자는 아닐지 몰라도 김형기, 이호준씨와 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일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거든요. 케이케이홀딩스의 100% 지분을 소유한 조원희씨는 구본호씨의 모친입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말 기준 레드캡투어 지분 73.77%를 보유하고 있고 아들 구본호씨는 판토스홀딩스를, 모친 조원희씨는 케이케이홀딩스를 각각 100% 소유하고 있습니다. 레드캡투어의 기타비상무이사인 김성일씨는 판토스홀딩스와 케이케이홀딩스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조원희씨와 구본호씨는 경제공동체로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람이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전인 2023년 9월 김형기씨는 바이오엑스의 지분 26.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고, 바이오엑스는 글람의 지분 13.9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습니다. 최근 공시일인 지난해 9월말 현재 김형기씨는 여전히 바이오엑스의 대표이사이고, 추가 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28.16%까지 끌어올린 최대주주입니다. 글람이 스팩과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하고 상호를 캡티비전코리아로 바꾸면서 캡티비전코리아의 모회사는 미국회사 Captivision Inc가 되었고, 바이오엑스는 지난해 9월말 현재 Captivision Inc의 지분 5.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스닥에 상장하기 전 바이오엑스와 글람의 회사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바이오엑스는 매출이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았고 전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글람은 2022년까지 3년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매출액 560억원보다 훨씬 컸습니다. 자본잠식에 빠졌고 유동성은 바닥이었습니다.
2022년에는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127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산업은행이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연합자산관리(UAMCO)에 매각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유암코는 채권회수를 위해 담보물인 글람의 건물, 공장부지, 기계장치 등을 경매로 넘겼고, 이호준씨의 형, 이정규씨가 대부분 지분을 보유한 IT컨설팅 회사 파워젠이 78억원에 매입했죠. 글람은 2022년말 그 담보물들을 약 82억원에 재매수했습니다.
글람은 2023년에도 계속해서 자금문제에 시달렸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소재 부동산개발업체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수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가 이루어졌지만 신규 자금 유입 보다는 미지급 채무의 출자전환이었습니다.
3월에 참저축은행을 상대로 2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금리가 10%에 달했고 최대주주인 바이오엑스가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여러 개인들에게 최고 연 15% 수준의 고금리로 차입이 이루어졌고, 자회사인 지스마트아메리카에서는 연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나스닥 상장은 그렇게 불안한 상황속에서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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