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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에서 작성한 기사 (주인 없는 테라사이언스, 다보링크 인수 전선 이상 무?)의 내용처럼 웰바이오텍에 이어 테라사이언스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습니다.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테라사이언스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서도 부적정의견을 표명했죠.


의견거절의 근거는 크게 3가지로 (1) 투자와 대여 등 자금거래의 타당성과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할 만한 감사증거를 회사측으로부터 받지 못했고 (2)특수관계자의 범위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에 대한 감사증거도 받지 못했으며 (3)법인인감의 사용과 관련한 내부통제에 허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답니다. 정상적인 승인절차 없이 법인인감이 사용돼 부외부채가 존재할 수 있는데, 그와 관련해서도 충분한 감사증거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테라사이언스는 지난해 약 78억원을 신규 대여했고, 금융자산 170억원과 종속기업 지분 10억원어치를 취득했습니다. 148억원을 선급한 거래도 있습니다. 대여거래 중 27억원은 제이비제이파트너스에 빌려주었는데요. 테라사이언스가 발행한 148만원의 교환사채를 제이비제이파트너스가 인수했고, 그 중 27억원을 테라사이언스가 제이비제이파트너스에 대여했습니다.


테라사이언스는 148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만기인 경남은행 단기차입금 125억원을 상환하고 나머지 23억원은 원재료 구매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거래였습니다. 정확한 발행금액은 148억원이 아니라 148억7650만원이었습니다. 원재료 구매자금으로 사용할 금액이 20억원도 아니고 25억원도 아닌 22억7650만원이었습니다. 주요 용도가 차입금 상환인데 자투리 금액이 너무 디테일합니다.


자금조달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제이비제이파트너스에 27억원을 대여해 148억원의 발행금액을 맞출 이유가 없습니다. 27억원으로 원재료를 구매하고 교환사채는 125억원 규모로 발행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자금조달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이유로 교환사채 발행이 필요했고, 그 규모는 148억원이어야만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교환사채는 테라사이언스 주식으로 교환이 가능했는데, 교환가액은 주당 2400원으로 고정이었으니 총 615만6875주와 교환이 가능했습니다. 지분율 6.86%에 해당합니다. 만약 125억원 규모로 발행했다면 지분율 5.80%가 되었을 겁니다.


테라사이언스가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날은 지난해 1월 20일이었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가 이전 최대주주와 경영권지분 양수도계약을 하고 4일 후였습니다. 계약금 10%를 지급했지만 최대주주가 되기 전이었고, 당연히 경영진이 바뀌기 전이었습니다. 씨디에스홀딩스가 취득하기로 한 경영권 지분은 7.63%, 주식 수로는 663만주였습니다. 교환사채와 맞바뀔 수 있는 616만주보다 약간 많을 뿐이었죠.


발행 결정은 1월이지만 납입예정일은 3월이었습니다. 테라사이언스가 새로운 최대주주가 되기로 한 날로부터 9일 뒤였죠. 자금조달은 구 경영진이 하고, 자금의 사용은 새로운 경영진이 하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물론 테라사이언스의 중도금과 잔금 지급은 지연되었고, 교환사채 발행 역시 함께 지연되었습니다. 교환사채 발행은 씨디에스홀딩스가 최대주주가 된 후에야 이루어집니다.


교환사채를 취득할 당시 제이비제이파트너스는 자본금 1억원에 자본총액은 5000만원이었고, 부채 5000만원을 더해 자산총액이 1억원인 회사였습니다. 1억원짜리 회사가 14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에 투자한 셈인데, 그 이후에도 제이비제이파트너스가 증자를 한 기록은 없습니다. 교환사채 투자자금이 전액 차입으로 마련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교환사채 발행규모가 148억원이었던 이유는 당시 테라사이언스의 자기주식에 있었습니다. 자기주식이 총 615만6875주였고, 자기주식 전량을 주당 2400원씩 유통시킬 때 금액이 148억원이었죠. 교환사채 발행은 5월10일 이루어졌습니다. 주식교환은 불과 3개월 후인 지난해 8월10일부터 가능했죠.


교환사채는 지난해 12월 총 40억원어치가 주식으로 교환되었습니다. 테라사이언스가 다보링크를 인수하기로 결정된 이후였고 주가가 교환가격(2400원)보다 훨씬 낮을 때였습니다. 최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교환가능기간이 지난해 8월부터였고 주가가 교환가격(2400원)보다 높은 기간이 있었음에도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교환 후 차익이 발생할 기간에는 교환을 하지 않다가, 교환보다는 장내 매수가 유리한 시점에 오히려 교환이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선택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현재 교환사채 잔액은 108억원인데 추가로 교환되거나 상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달 19일 테라사이언스 주권이 거래정지되면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제이비제이에 빌려준 대여금이 27억원이었던 건 아닙니다. 처음엔 교환사채 30억원을 담보로 잡고 10억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3분기 중 대여금이 27억원으로 늘었고, 추가 담보는 잡지 않았습니다. 돈이 필요했으면 교환사채를 주식으로 교환해 매각하면 될 일인데 굳이 담보차입을 하면서까지 교환사채를 처분하지 않았습니다.


유력한 대주주 후보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편의를 제공한 것은 최대주주인 씨디에스홀딩스와 제이비제이파트너스가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의미할 텐데, 실제로 테라사이언스는 제이비제이파트너스를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했습니다. 테라사이언스에는 이런 관계에 있는 회사가 있는데요. 포도인베스트먼트,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입니다. 회사는 3개 회사에 대해 매출 등 거래 또는 채권∙채무 잔액이 있는 기타 특수관계자라고 설명합니다. 3개 회사가 테라사이언스의 유압용 관이음쇠를 매입할 리는 없으니, 자금거래로 엮인 관계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보링크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던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이 양수자 지위를 왜 테라사이언스에 양도했는지, 자산총액 1억5000만원의 제이비제이파트너스가 어떻게 테라사이언스의 148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인수했을 지 이해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다보링크의 최대주주는 현재 테라사이언스이지만, 다보링크 인수를 추진했을 씨디에스홀딩스는 반대매매로 테라사이언스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죠.


그렇다면 씨디에스홀딩스와 다보링크의 연결고리는 끊어진 것일까요? 다보링크는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이 최대주주의 경영권 지분을 양수하기로 계약한 지난해 10월 각각 10억원씩의 두 차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10억원 증자의 배정자는 나태웅, 정성숙 등 2명의 개인이었고 실제 납입이 이루어졌습니다. 나머지 10억원 증자대금은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이 납입할 예정이었는데, 증자가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이달 5일 이사회에서 새로 정한 납입일은 6월 18일입니다.



납입이 몇 달이나 미루어지는 동안 다보링크는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과 인수계약을 해제하지 않았고, 씨디에스홀딩스가 테라사이언스 지분을 반대매매로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납입일을 다시 연기해 주었습니다. 그 사이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에는 큰 변화가 생겼는데요. 출자자가 이승진(100%) 1명에서 김철중(40%) 등 3명으로 바뀌었지만 자본금은 2억원으로 그대로이고, 부채가 11억원 증가해 자산총액이 7억원에서 19억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부채 조달로 10억원의 다보링크 유상증자대금을 납입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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