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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은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거의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대부분은 증자(우선주 포함)와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주요 수단이었습니다. 기업공개로 확보한 922억원과 2022년 발행한 1412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 외에 2215억원의 전환사채와 9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죠. 신주인수권부사채 중 574억4000만원은 지난해 조기상환됐지만, 전환사채 조기상환은 아직 없습니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에 사용한 현금은 5200억원 정도가 되는데요. 설비투자(유형 및 무형자산 취득)와 관계기업 지분 취득에 사용한 게 순액 기준으로 2000억원가량입니다. 관계기업이 대부분 본업인 2차전지 소재와 관련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대략 3200억원은 다른 곳에 투자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3200억원의 투자는 대부분 대여금과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단기 대여금(기타 수취채권 포함)이 1900억원가량이고,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이 1100억원정도 되죠. 그런데 엔켐은 단 한번도 금전대여와 관련된 공시를 한 적이 없습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자기자본의 5%(대규모법인 2.5%), 코스닥시장의 경우 자기자본의 10%(대규모법인 5%) 이상 금전대여 시 공시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무상태표에도 대여금은 따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약 1800억원 규모인 매출채권및기타채권으로 묶여 있는 듯한데요. 3월말 현재 매출채권 340억원을 차감하면 기타채권이 1500억원정도 되니 2021년 후 대여금 등의 투자금액과 맞지 않죠.


그 이유는 엔켐이 종속기업이나 관계기업에 빌려주었던 대여금을 대부분 출자전환했기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법인, 인도네시아법인, 그리고 이디엘에 빌려주었던 약 1500억원이 출자전환 되었죠. 그로 인해 2022년말 1479억원이었던 특수관계자 대여금이 지난해 말에는 563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3월말 기준으로는 헝가리법인과 엔켐모빌리티 등에 총 685억원의 대여금이 나가 있습니다. 헝가리법인이나 미국법인의 경우 대여금 규모가 상당히 컸었는데 왜 공시가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의 취득에 대한 것입니다. 엔켐은 2021년 후 타법인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에 대한 공시를 6차례 했는데 모두 국내외 계열사 지분 취득 건입니다. 지난해 7월 티디엘 지분 56.56%를 198억원에 취득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해외 지분 취득 사실을 공시했죠. 그런데 이 중 중국법인인 DFD Yangfu New Materials에 대한 투자 빼고는 전부 종속기업이거나 관계기업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취득으로 공시된 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죠.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에 3년 3개월동안 투입된 현금은 1318억원, 회수한 현금은 200억원이거든요. 그런데 관련된 공시를 찾기 어렵다는 건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엔켐은 지난해 7월 중앙첨단소재 전환사채 220억원을 취득한 사실이 있습니다. 엔켐과 중앙첨단소재의 합작법인인 이디엘의 제조시설 구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첨단소재가 발행한 전환사채인데요. 엔켐의 공시나 재무제표에서는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오정강 대표가 최대주주인 아틀란스팔천이 지난해 2월 중앙첨단소재의 최대주주가 되었으니, 엔켐에게 중앙첨단소재는 기타특수관계자가 됩니다. 특수관계자간 거래와 채권∙채무는 주석 기재사항입니다. 하지만 엔켐의 특수관계자간 자금거래, 채권채무의 현황 그 어디에도 중앙첨단소재 전환사채 인수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3월말 현재 엔켐의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2745억원에 이릅니다. 주식 등 지분상품이 466억원, 채무상품이 약 600억원, 파생상품자산이 1695억원에 달하죠. 파생상품자산은 현금 취득한 게 아니라 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콜옵션)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올해 1분기 1469억원)이 발생한 것입니다. 지분상품은 비상장사의 우선주와 보통주, 채무상품은 중앙첨단소재 등 타사의 전환사채일 것으로 추정되고 투자조합 등의 출자금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이후 주로 채무상품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금융자산을 왜 취득했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에 대해 엔켐은 2022년에 39억원, 2023년에 100억원의 평가손실을 인식했고, 올해 1분기에는 78억원의 평가이익을 계상했습니다. 100억원의 평가손실은 지난해 엔켐 세전순손실(418억원)의 거의 4분의 1에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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