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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글라스 제조업체 글람(현 캡티비전코리아)는 2024년 이후 국내에 실적을 공시하지 않습니다. SEC에 보고된 최근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1~6월)가 마지막인데요. 매출은 1530만달러로 22% 증가했지만 260만 달러의 영업손실과 93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전에 비해 개선된 실적이지만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다음달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스닥 상장이 이루어진 지난 2023년 실적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이상했습니다. 9월까지의 실적과 연간 실적이 마치 전혀 다른 회사의 그것처럼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9월까지 235억원이었던 매출이 연말에는 191억원으로 오히려 줄었고 3분기까지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연말 대규모 적자로 돌변했습니다.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매출 성장과 흑자전환의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 같은 기대감이 높았을텐데, 결산을 하고 나니 4년 연속 적자행진이었던 겁니다

혹시 4분기 중에 중요한 종속회사의 매각이 있었거나, 대규모 매출 취소 사태가 있었나보다 생각할 수 있지만, 종속회사는 그대로였고 사업보고서에는 매출감소와 관련된 어떤 설명도 없었습니다. 4분기에 매출이 사라지는 현상은 대부분 종속회사가 아닌 모회사 글람 자체에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상한 현상은 3분기까지의 실적이 담당자의 실수로 잘못 집계되었거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 아닐까 의심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글람의 분기 및 반기보고서들은 정정되지 않았고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한 어떤 코멘트도 없이 적정의견을 주었습니다.
글람의 나스닥 상장은 2023년 11월 마무리되었고, 유럽 자회사에 대한 재무제표를 제공받지 못하는 바람에 외부감사가 지연돼 사업보고서가 지연제출되었습니다. 2023년 4분기에 발생한 글람의 실적 급변이 나스닥 상장과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나스닥 상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글람은 전년보다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합니다. 3분기까지 실적으로는 맞는 진술이지만, 연간 실적으로는 맞지 않는 진술입니다.
글람은 2023년 3월초 나스닥에 상장된 스팩(SPAC)인 재규어글로벌그로스(Jaguar Global Growth Corporation I, 이하 재규어글로벌그로스), 케이만군도에 별도로 설립된 역외회사 Phygital Immersiv Limited(이하 New PubCo)와 기업결합계약을 체결하고 나스닥 상장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케이만 군도 등 조세회피지역에 설립된 역외회사(exempted company)를 보통 국내에서는 유령회사 또는 페이퍼컴퍼니라고 부르죠.
거래의 구조는 외국법인끼리의 합병과 국내기업끼리의 주식교환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스팩인 재규어글로벌그로스가 New PubCo와 합병해, 스팩은 소멸되고 New PubCo가 나스닥 상장사가 됩니다. New PubCo는 신주를 발행해 100% 자회사인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에 교부하고,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는 무이자부어음을 발행해 신주인수대금을 지불합니다.
다음으로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와 글람 사이에 주식교환이 이루어집니다.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가 New PubCo의 주식을 글람의 주주들에게 교부하고, 그 대가로 글람 주식을 교부받습니다. 글람 주주들은 글람 1주당 New PubCo 주식 0.8주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글람은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의 100% 자회사가 되었고,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는 미국 상장사 New PubCo의 100% 자회사가 되었죠. 바이오엑스와 이호준씨(당시 부회장) 등 글람의 주주들은 New PubCo의 주주가 되었습니다. 재규어글로벌그로스코리아와 글람은 합병해 한국의 비상장사 캡티비전코리아가 되었고, New PubCo는 나스닥 상장사 Captivision Inc가 되었죠.
주식교환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에서 글람의 주식가치는 2364억원, 주당 1만927원으로 매겨졌습니다. 2023년에 171억원, 2024년에 24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2025년에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을 근거로 했습니다. 실제로는 2023년에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매출액은 추정치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191억원에 그쳤습니다. 글람의 주식가치는 결과적으로 과대평가되었던 셈입니다.

주식교환으로 바이오엑스, 김형기 회장, 이호준 부회장 등 글람의 주주들은 모회사 Captivision Inc의 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대주주는 스팩의 스폰서인 재규어글로벌그로스파트너스(47.6%)가 되었습니다. Captivision Inc의 자산은 오로지 글람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환비율이 글람 1주당 Captivision Inc 0.8주로 나왔겠죠. 그렇다면 당연히 주식교환 이후에도 바이오엑스가 최대주주여야 하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아마도 나스닥 상장으로 재규어글로벌그로스파트너스가 대규모 워런트(보통주 1195만주 상당)를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형기씨와 이호준씨도 비슷하게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워런트가 주식으로 교환될 가능성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워런트의 행사가격이 11.50달러인데, 현재 Captivision Inc의 주가는 매우 낮거든요.
특이한 점은 주식교환 전에는 없었던 김형기 회장이 모회사 Captivision Inc의 2대 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최대주주인 바이오엑스의 보유 지분을 포함해 20%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던 셈이죠. 재규어글로벌그로스파트너스가 스팩 스폰서일 뿐이고 보유지분의 대부분이 워런트이니 사실상 김형기씨가 바이오엑스와 글람을 실질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바이오엑스의 지분은 지난해 9월말 현재 5.9%까지 하락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글람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후에도 지속적인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SEC 공시에 따르면 상장 후 지난해 6월말까지 자기자본 확충 및 차입으로 총 830만달러(약 112억원, 2024년 상반기 평균환율 1USD=1350원 적용)를 조달했습니다. 주당 약 3.68달러로 세 차례에 걸쳐 410만 달러의 자본을 확충했고, 220만 달러를 차입했으며, 주식담보대출(equity of Credit line)으로도 200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이 밖에 주당 3달러의 가격으로 420만 달러의 채무를 출자전환했습니다.

Captivision Inc는 지난해 12월부터 1주일이 멀다하고 상장기준 불이행 통지를 받았습니다. 나스닥 시장은 주가 1달러 이상과 시가총액 5000만 달러 이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조건에 해당됩니다. 상장기준 불이행 통지를 받았다고 상장폐지가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기간 내에 치유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통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Captivision의 주가는 지난해 2월 7.76 달러 수준이었으나 현재 0.577달러(3월 22일 기준)까지 90% 이상 하락했습니다. 지난 2월 5일 주가가 100% 이상 상승하며 1달러를 돌파했지만 다음날 다시 1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시가총액은 1682만달러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Captivision의 주가 하락은 매출이 전혀 없는 바이오엑스의 실적에 직격탄이 됩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이 약 6억원인 바이오엑스의 순손실이 65억원으로 불어난 가장 큰 원인이 Captivision의 주가 하락이었죠. 바이오엑스의 Captivision 지분 취득가액은 246억원인데 지난해 9월말 장부가액은 46억원입니다. 연말 기준으로는 손실 폭이 더욱 클 것입니다. 바이오엑스의 2024년 연간 실적은 3월 21일 현재 공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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