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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파멥신과 엑시온그룹의 동시 인수를 추진한 유콘파트너스를 주목할필요가 있습니다. 유콘파트너스가 엑시온그룹 경영권 지분 확보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성공했고, 이로 인해 이사가 된 인물이 박찬하씨와 함께 각자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철씨이고, 이승철씨가 엑시온그룹 현 최대주주 이노파이안의 주인이기 때문이죠.


유콘파트너스는 엑시온그룹의 주요 주주인 동시에 관계기업인 게임회사 룽투코리아(현 스타코링크)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죠. 또한 자신이 주주인 비상장사를 스타코링크에 매각한 양도인이기도 합니다. 스타코링크는 엑시온그룹이 최대출자자(66.7%)인 에스에이치 투자조합 제1호(이하 에스에이치1호)가 지난해 4월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으로 최대주주가 된 곳입니다.



유콘파트너스의 주역들이 노린 곳은 더 있었습니다. 파멥신과 엑시온그룹 인수를 추진한 2023년 7월 중국계 기업인 골든센츄리 경영권을 노렸고, 지난해 1월에는 보조배터리 제조회사 에이치앤비디자인(현 퀀텀온)에 거액을 투자해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했습니다. 주식으로 전환하면 최대주주 지위를 거머쥘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투비소프트 전환사채 27억5000만원어치를 장외매수한 뒤 주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골든센츄리는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해말 상장폐지되었습니다. 퀀텀온은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수시로 교체되는 등 지배구조가 불안하고, 대규모 부실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유상증자와 사채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고 다수의 채권자에 의해 잇따른 파산신청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라는 타이틀 말고는 볼 게 없는 좀비기업입니다. 투비소프트 역시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찾은 교체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고 대규모 결손이 누적되면서 무상감자까지 이루어진 곳입니다.


유콘파트너스는 자본금 3억원에 총자산은 30억원 정도로 공시되었고, 100% 지분을 김대봉씨가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여러 상장사 인수를 추진할 수준의 재무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파멥신과 엑시온그룹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외부자금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파멥신의 최대주주가 된 건 2023년 7월인데요. 경영권 지분 6.20%를 44억5000만원 정도에 인수했는데, 계약금 10%만 납입하고 모든 주권과 관련증서를 받았습니다. 또 파멥신이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파멥신 다이아몬드클럼 동반성장 에쿼티 제1호조합(이하 파멥신다이아몬드1호)’가 전액 인수하기로 했죠. 이 조합의 출자자는 사중진, 오광배, 정용진 3인이었습니다. 이 3인은 유콘파트너스의 잔금 지급을 연대보증했습니다.


하지만 파멥신다이아몬드1호는 유상증자대금을 납입하지 못했고, 유콘파트너스의 경영권 지분 매매계약은 해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콘파트너스는 주주임을 주장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법원에 청구하고 이사 후보까지 뽑았는데 오광배, 사중진, 박남로, 이승철씨였고, 감사 후보로는 고영신씨를 내세웠습니다. 오광배씨와 사중진씨는 파멥신다이아몬드1호의 주요 출자자이고, 박남로씨는 유콘파트너스 사내이사였습니다. 고영신씨는 2023년 12월에 유콘파트너스 감사에 선임되고, 지난해 8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사내이사)과 함께 엑시온그룹 경영진에 합류(감사)하는 분입니다. 이승철씨는 이노파이안 대표이자 엑시온그룹 현 대표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나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파멥신다이아몬드1호의 유상증자 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유콘파트너스가 양수한 주식 전부를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계약해제 후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 유콘파트너스는 담보비율 부족으로 보유주식 거의 전부를 반대매매 당하거든요. 유콘파트너스의 파멥신 인수는 결국 3개월만에 끝난 셈이 되었습니다.



유콘파트너스의 인수 실패 후 파멥신은 경영지배인을 선임하는데요. ㈜한창의 사실상 사주인 최승환씨입니다. 최승환씨는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된 후 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자로 선정(최승환, 에이치피바이오)됩니다. 또 파멥신다이아몬드1호였던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납입자도 최승환, 에이치피바이오로 교체됩니다. 결과적으로 최승환씨의 파멥신 인수도 불발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최승환씨 사주인 한창과 그 계열사들은 국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유콘파트너스가 파멥신과 엑시온그룹 인수계획을 짜고 있던 2023년 5월,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이 심복 박찬하씨가 대표이사에 오른 국보는 65억8000만원 규모의 16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엠부동산성장1호를 통한 국보 인수가 마무리된 후 첫 전환사채 발행이었는데요. 이 전환사채를 인수한 곳이 한창의 계열사 한창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인 한연개발과 한창이피엠이었습니다. 한창의 최대주주는 에이치제이에프앤아이(2.84%)였고 에이치제이에프앤아이의 최대주주는 한주씨엔에스(100%), 한주씨엔에스의 최대주주는 최승환씨(40.37%)였습니다.


이때 한창이피엠은 이미 30억원 규모의 국보 전환사채 3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고, 한연개발은 추가로 약 16억원을 국보에 빌려줍니다. 국보와 한창의 전환사채 거래는 단순한 금전대차가 아니었습니다. 국보가 한연개발에서 부동산을, 한창이피엠에서 금융자산을 취득하면서 그 대가를 전환사채로 지급한 것이었습니다. 코스닥시장 M&A세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방식으로 파트너 또는 연합세력에게 현금의 이동없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쓰입니다. 경영권 우호세력을 만드는 동시에 주가가 오르면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차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한창이 국보의 전환사채를 인수한 후 유콘파트너스가 클라우스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하며 엑시온그룹 경영참여를 선언했고, 유콘파트너스가 유상증자 납입에 실패하자, 그 지위를 한창의 실질적 사주 최승환씨가 넘겨받았습니다.



2023년말 한창은 한주케미칼 지분 100%를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 겸 국보 회장이 대주주인 나반홀딩스에 56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오창석 회장이 광명전기와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MIT)를 인수하는데 사용한 회사입니다. 한창은 계약금 50억원만 받고 한주케미칼 지분 45.41%를 넘겨줍니다.


한창은 자회사인 한창바이오텍(현 더테크놀로지)을 매각하면서 한창바이오텍이 보유하던 한주케미칼 지분을 250억원에 매입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고, 대금 일부만 치른 채 나반홀딩스에 매각했습니다. 그런데 나반홀딩스는 중도금과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국보는 지난해 3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대상이 되면서 나반홀딩스가 곤경에 빠져버렸죠. 한창은 한창바이오텍에 대한 미지급금의 일부를 한주케미칼 현물 주식으로 상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창은 한주케미칼 비지배지분을 인식할 경우 2023년말 자본금 완전잠식이 되었을 것이고, 이는 상장폐지 사유였습니다. 한주케미칼 지분 전부를 매각하려고 한 것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한창도 결국 국보와 함께 감사의견이 거절됐고 상장폐지 대상이 되어 올해 4월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되었습니다. 외부감사인은 국보 전환사채 매입과 한주케미칼 지분 매각에 대해 거래조건과 시기, 대금지급 불이행 등 거래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의심스러웠지만 납득할만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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