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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금융그룹 계열사인 국보는 클라우스홀딩스와 힘을 합해 엑시온그룹(구, 아이에스이커머스) 경영권을 거머쥐었지만 최대주주는 아니었습니다. 인수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설립됐던 투자조합이 해체되면서 지분이 분산되었기 때문이죠. 엑시온그룹 경영권을 갖게 된 2023년 3월 최대주주는 여전히 전 주인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가 관계회사인 한영과학과 더불어 18.13%의 지분을 보유했습니다. 국보(9.06%)는 최기보측 회사인 클라우스홀딩스를 우호지분으로 보더라도 16.48%로 지분율에서 밀렸습니다. 지분의 분포만 보면 전 주인과 경영권 분쟁이 생기거나, 전 주인의 지부을 매입하는 제3자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전 주인은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한 불완전 엑시트 상태였습니다. 보유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할 수도 있지만, 협상에 따라서는 국보 또는 제3자에게 추가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 기회도 노려볼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스홀딩스는 2023년 11월 유콘파트너스에 일부 지분을 매각합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넉넉히 받은 셈이죠. 유콘파트너스가 등장하면서 경영지배인에 오광배씨가 선임되고,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의 측근인 박찬하씨가 각자 대표이사에 복귀합니다. 오광배씨는 유콘파트너스와 파멥신 인수를 함께 추진했고, 인수에 성공하면 사내이사로 올리려던 분이죠. 이로써 엑시온그룹의 경영진은 국보. 클라우스홀딩스, 유콘파트너스의 연합이 됩니다. 특히 국보와 유콘파트너스는 특수관계로 묶입니다. 둘 사이에 공동보유 약정 같은 것이 있었나 봅니다.
유콘파트너스가 주요 주주가 되자 엑시온그룹은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합니다. 이때 이사후보로 등장하는 이름이 현재 엑시온그룹 최대주주인 이노파이안의 주인이자 엑시온그룹 대표이사인 이승철씨입니다. 유콘파트너스가 엑시온그룹 현 최대주주인 이노파이안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 볼 수 있겠죠.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이사회 결의에는 9명의 이사 중 이헌 대표와 박찬하 대표를 비롯 문창호, 이강현, 양희철 대표가 참석했습니다. 국보측과 클라우스홀딩스측으로 추정되는 이사들이 포함되어 있죠. 이승철씨는 이사회가 추천한 신임 이사 후보였습니다. 이승철씨는 이사로 선임된 후 이헌씨를 대신해 박찬하씨와 함께 엑시온그룹의 각자 대표이사가 됩니다.
무궁화금융그룹 계열이 된 후 두 회사는 처참한 실적을 기록합니다. 국보는 2022~2023년 무려5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합니다. 적자규모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결국 50% 이상 자본금잠식이 발생하고 지난해 초 결손보전을 위해 90% 무상감자를 실시하죠. 엑시온그룹은 2023년 매출액의 3배가 넘는 1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게 됩니다. 잉여금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결손법인이 됩니다.
국보의 상황은 복잡했습니다. 주가조작 의혹으로 소송까지 제기되었죠. 국보가 발행한 14회차 전환사채 70억원을 박찬하씨가 대표인 천지인엠파트너스가 인수한 후 에이치씨에너지조합(55억원)과 킹다비즈투자조합(15억원)에 각각 매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보는 주식분할과 감자, 자기전환사채 매각,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의 행위를 하였죠. 소송 제기인은 이 같은 일련의 경영행위가 투자조합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게 할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이차전지 및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등 신사업 진출 관련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린 것은 일반투자자들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곳은 에스제이엔비폴이라는 비상장사였고,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김앤전이었습니다. 에스제이엔비폴의 대표는 전병우씨로 김앤전의 대표변호사였습니다. 옵티머스펀드 사태에 휘말려 상장폐지된 성지건설의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김앤전은 무자본 M&A 등으로 기업사냥의 대상이 된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의 소송에서 법률대리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입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보는 결국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페지 대상이 됩니다. 의견거절의 몇 가지 근거 중에는 엑시온그룹, 보그인터내셔널 등 종속회사 또는 관계회사의 취득과 처분, 선급금과 대여금 및 전환사채에 대해 거래가 타당했는지, 회수가능성이 있는지, 회계처리가 적정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국보가 상장폐지 대상이 되자, 국보가 보유하고 있던 엑시온그룹 지분 대부분이 광무의 100% 자회사 애셔코퍼레이션의 계좌로 입고됩니다. 애셔코퍼레이션이 80억1000만원의 국보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엑시온그룹 주식을 담보로 받았는데, 국보가 기한이익을 상실하면서 애셔코퍼레이션이 담보주식의 처분권을 갖게 된 것입니다. 담보주식이 전부 처분되면 국보는 엑시온그룹에 대한 지분을 전부 잃게 될 것이고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것은 자명했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난해 6월 엑시온그룹 전 주인인 아이에스이네트워크와 계열사인 한영과학, 삼안통상은 이노파이안과 보유지분 매각계약을 체결합니다. 놀랍게도 이날 엑시온그룹 종가가 1889원의 3배가 넘는 주당 5760원씩, 총 298억원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전 주인이 현재 주인의 약점을 활용해 높은 프리미엄을 챙겼을 수도 있고, 이미 경영권을 넘겼을 때부터 약속이 돼 있는 거래였을 수도 있습니다. 배경은 당사자들만이 알겠죠.
이노파이안은 동시에 엑시온그룹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50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합니다. 구주와 신주를 합해 448억원을 투자하는 셈인데요. 2023년말 현재 이노파이안은 자본금이 완전 잠식된 총자산 약 7억원의 회사입니다. 연매출은 1500만원에 그쳐 사실상 실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자력으로 448억원을 마련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노파이안은 150억원의 유상증자대금을 납입하고 신주를 교부받은 것으로 공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스이네트워크 등에 지급할 298억원은 어떨까요? 고작 계약금 2000만원을 지급했을 뿐이고 잔금 지급일을 지난해 11월 30일에서 올해 6월로 연기했습니다. 황당하게도 아이에스이네트워크가 계약금 1000만원만 받고 계약 당일 모든 주식을 이노파이안에 인도했습니다. 한영과학과 삼안통상은 계약금을 각각 500만원씩 받았고, 잔금이 지급되면 주식을 인도할 예정인데요. 주식의 의결권은 이미 이노파이안에 위임했습니다.
이노파이안은 주식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자기자금 160억원과 외부 차입금 290억원으로 마련하다고 했습니다. 유상증자대금은 이미 금융기관과 개인 등에서 차입해 납입되었고, 올해 6월까지 3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데요. 지급일을 연기한 것으로 볼 때 차질이 빚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잔금이 성공적으로 지급될지 두고 볼 일이죠.
이노파이안은 사실상 유콘파트너스와 경제적 공동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콘파트너스가 클라우스홀딩스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날 이노파이안에 4명의 신임이사가 선임되는데, 유콘파트너스의 대표인 신현욱씨, 유콘파트너스 등장과 함께 엑시온그룹 경영지배인에 선임되었고 현재 스타코링크 대표를 맡고 있는 오광배씨, 이승철씨와 함께 엑시온그룹 이사에 선임된 김기환씨, 그리고 유콘파트너스 최대주주인 김대봉씨였습니다.
네 분은 지난해 6월 동시에 이노파이안 이사직을 사임하고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습니다. 이때 엑시온그룹과 스타코링크의 감사이자, 파멥신과 한창에서 감사후보로 올랐던 고영신씨가 이노파이안의 김사로 선임되었습니다. 고영신씨는 유콘파트너스의 감사이기도 합니다.
이노파이안의 이사진 교체 시기는 자본금을 12억9000만원으로 늘리는 때와 가깝고, 아이에스이네트워크 등과 엑시온그룹 주식 양수도계약을 체결하던 시점과 거의 일치합니다. 엑시온그룹 최대주주로 등장할 때 이노파이안 내부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죠. 이승철씨는 이노파이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대신 김대봉씨가 지난해 12월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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