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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신탁이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건 자본적정성을 의미하는 영업용순자본비율이 기준선인 100%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부동산신탁사 평균이 500%가 넘는 수준인데,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9월말 현재 69%로 현저히 낮습니다. 금융당국은 무궁화신탁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을 400%까지 올리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무궁화신탁은 이달 24일까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영업용순자본비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면, 최대주주인 오창석회장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누어 구합니다. 무궁화신탁은 지난해말 지난해 3분기 업무보고서를 수정공시했는데요. 영업용순자본이 지난해 6월말 573억원에서 142억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총위험액은 187억원에서 206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영업용순자본의 급감은 부동산신탁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탁계정대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걸 시사합니다. 토지 등을 신탁한 시행사에 사업비를 빌려주었는데, 분양성과가 악화되면서 부실여신이 되면 장부상 대손충당금 외에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고 그만큼 영업용순자본이 감소합니다. 무궁화신탁의 대손준비금은 지난해 6월말 289억원에서 9월말 542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그만큼 영업용순자본이 줄었습니다.


영업용순자본비율 하락은 단지 부실자산이 증가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무궁화신탁의 실적 추락이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연간 영업수익(매출액)이 1250억원 정도였는데 지난해엔 3분기까지 74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비중이 가장 높은 신탁보수가 442억원으로 2023년 연간 909억원의 절반이 되지 않았죠. 주력인 부동산신탁 사업에서 상당히 고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탁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폭이나마 영업이익(별도 기준 89억원)을 냈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연결 기준으로도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3분기동안 165억원(연결 기준으로는 235억원)의 순손식을 기록했습니다. 영업 외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었기 때문인데요. 범인은 무려 280억원에 달하는지분법손실이었습니다. 연결 기준 지분법손실은 340억원에 달했습니다. 무궁화신탁의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곳이 무궁화성장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입니다. 무궁화신탁이 93.32%를 출자한 무궁화성장1호는 엠부동산성장1호투자목적 유한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엠부동산성장1호는 지난해 9월말 현재 케이리츠투자운용(98%)과 국보(27.19%)를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국보의 손실은 무궁화신탁의 지분법손실을 키웁니다.


최대주주인 오창석 회장은 강력한 지원군이 등장하지 않는 한 무궁화신탁을 지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반홀딩스 천지인산업개발 등 가족회사를 동원해 투자한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광명전기, 엑세스바이오 등이 모두 대규모 적자이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어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나반홀딩스가 보유한 광명전기 지분을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에 매각을 추진하는 등 가족회사 투자를 정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죠. 총 200억원 규모인 광명전기 지분의 매도액의 잔금을 올해 3월에 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 나반홀딩스는 현금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되어 재기를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가 광명전기 지분을 취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초 예정대로면 지난해 12월에 이미 인수를 끝냈어야 하지만, 계속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9월말 기준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의 현금은 약 16억원뿐이고 팔만한 자산을 거의 다 팔아도 2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거든요. 그 와중에 전환사채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하고 있어 엎친데 덮친 격입니다. 결국 대규모 차입이나 증자가 있어야 광명전기 지분을 사올 수 있는데,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가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엠부동산성장1호는 국보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취득하는데 총 28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이중 230억원은 담보차입을 했고, 50억원은 자기자금이라고 하는데, 현재 상상인저축은행에 보유주식의 절반과 전환사채를 담보로 잡힌 대출금이 400억원으로 공시되어 있습니다. 대출금액이 실제 대출을 받은 돈인지, 대출약정금액인지 공시의 진실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만, 국보가 상장폐지된다면 보유주식 전부와 전환사채를 처분해도 대출상환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궁화신탁은 큰 손실을 보게 되겠죠.


그런데 오창석 회장 입장에서 어쩌면 국보는 무궁화신탁보다 더 놓치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국보에서 출발해 투자가 이루어진 상장사가 너무 많습니다. 국보가 엑시온그룹을 인수했고, 엑시온그룹이 스타코링크를 인수했고, 스타코링크를 통해 인수한 스타코가 지난해 알티캐스트를 인수하려다 실패했으니 다른 먹잇감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장사는 전환사채 발행 등으로 타인자본 조달이 쉽고, 자금회수의 기회도 많기 때문에 인수한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행운(?)이 따라준다면, 무궁화신탁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오창석 회장에게는 재기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보는 당초 엠부동산성장1호를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510억원 규모의 보통주 유상증자와 나반홀딩스를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4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의 배정자를 2023년 3월 동업자인 박찬하씨가 대표로 있는 천지인엠파트너스로 교체했습니다. 천지인엠파트너스는 에버그라시아라는 비상장사가 76.4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이고 오창석 회장의 가족회사인 천지인산업개발이 23.5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버그라시아는 천지인엠파트너스 대표 박찬하씨와 나반홀딩스 대표 김재경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최대주주는 맥전자(29.3%)라는 자본금 1000만원짜리 정체 불명의 회사입니다. 맥전자는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의 1개동 48세대짜리 하이파크아파트 로비층으로 주소가 되어 있는 걸 보면 장부상회사로 의심되고, 대표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미서씨인데, 하이파크 아파트의 소유자인 디멘션이라는 부동산임대회사의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디멘션은 김미서(50%)씨와 디멘션플러스(50%)라는 특수관계법인이 소유하고 있는데, 오창석회장 자녀 둘이 소유자로 되어 있는 천지인산업개발에서 2023년 60억원을 차입한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디멘션은 복수의 대부업체와 단위신협 등에서 245억원 등을 차입해 하이파크아파트를 취득했고 48세대 전체를 무궁화신탁에 담보신탁했습니다.



천지인엠파트너스는 2023년말 현재 자본금이 16억6000만원인데, 누적결손금이 무려 362억원에 이르는 완전 자본잠식 회사로, 이미 차입금이 440억원에 이르지만 자산총액은 119억원에 불과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유상증자계획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해 올해로 넘어왔고 이달 24일과 2월 28일을 납입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무궁화신탁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날과 상환전환우선주 증자대금 납입일이 겹치네요.


언론 보도로는 오창석 회장측이 무궁화신탁 매각대금으로 900억원 정도를 희망하고 있다고 하죠. 기대한 대로 된다면 천지인엠파트너스가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 인수를 위한 910억원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아직 매각에 진전이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나반홀딩스가 광명전기를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에 매각해 200억원을 손에 쥐게 되어도 천지인엠파트너스의 국보 유상증자대금 납입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는 상장폐지 이의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원에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해 놓은 상황이라 국보보다 상황이 나쁘면 나빴지 좋은 상황은 아닐 겁니다.


국보는 상장폐지 이의신청으로 부여받은 개선기간이 올해 4월 14일 종료됩니다. 국보는 2023년재무제표 의견거절에 이어 지난해 6월말 반기검토에서도 의견거절을 받았고, 9월까지 실적은 더 악화돼 개선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상증자 납입일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겠지만 개선기간 종료 이전에 증자를 완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오창석 회장은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냐에 따라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와 국보는 물론 엑시온그룹, 스타코링크 등, 대부분 차입금을 동원한 M&A로 연결된 회사들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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